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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 고혈압 치료하기    
글쓴이 : 박주철    15-01-20 14:57    조회 : 6,078
   15년 고혈압 치료하기.hwp (17.0K) [0] DATE : 2015-01-20 14:57:53
                          15년 고혈압 치료하기
                          (부제: 봄을 생각하며)

                                        박 주철
 
호탕한 성격의 상 남자라고 말하기에는 손해 보는 것 같고, 쓸데없는 떠벌이라고 매도하기에는 아까운 목포화물기사가 소리쳤다. "이야! 훈훈한 바람이 달콤 하구만 봄 아줌마들 바람날 때가 돼 가는 것 아니야?" 기습적인 발언에 그렇다는 표정을 지어 주기는 했지만 잘 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다. 바람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통속적인 의미가 문제다. 불순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처녀가 바람이 나야 혼인도 하고 애도 낳아 인류를 지키는 최전선에서 활동하게 되지만, 아줌마가 바람이 나면 인류에게 보탬이 되기는커녕 파탄이 날 지경이다. 혹시 대관령 아줌마가 바람이 난다면 참견을 하거나 구경이라도 할 수 있지만, 유달산 아래 유서 깊은 항구도시 목포댁이 바람나면 속수무책이여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는 목포에서, 나는 대관령에서 옥천물류터미널까지 600리를 달려와 모두 잠든 0시에  만나는 관계다. 
 
"품위 없고 방정맞은 말은 자제를 할 줄 알아야지" 라고 말하지 않은 진짜이유는 하루도 빠짐없이 들고 오는 상추봉지 때문일 수 도 있다. 대관령에는 아직 눈이 쌓였는데 남쪽에는 벌써 노지에서 상추를 재배한다고 한다. 손수 재배 했다는  상추를 꺼먼 비닐봉지에 담아 밤마다 잊지 않고 챙겨오는 여간 정성이 아니다. 상추에 대한 답례로 씨감자 중에 큰 것을 골라 어제 받은 비닐봉지에 담아 건넌다. 물물교환을 하는 셈이다. 노지에서 재배된 상추는 시장에서 판매되는 것과 품질이 다르다. 냉장실에 넣어두면 일주일이 지나도 쌩쌩하다. 나의 감자도 보통은 아니다. 감자의 고향에서 생산되고 겨울을 묵었지만 적합한 풍토와 고랭지의 힘은 제주도와 해남에서 순차적으로 올라오는 햇감자와는 품격이 다르다. 한참동안 정담을 나누다가 잠을 자기위해 자기차로 돌아가면서도 우리는 친밀하다. 새벽녘 먼동이 트면 출발을 알리는 신호가 오고 서로 먼저 빠져 나가기 위해 조금의 양보도 없기 전까지는 그렇다.
 
바퀴가 10개 이상인 커다란 화물차가 좁지는 않지만 입구를 빠져나가기 위한 경쟁은 종이 한 장 차이로 결정된다. 한번 밀리면 입구에서 10대가 밀리고 고속도로진입을 위해 100대가 밀린다. 빨리 지나가는 아침시간의 특성으로 목적지까지 30분 이상 손해를 본다. 목포로 부산으로 인천으로 철원으로 나는 대관령 까지 빨리 가야한다. 고속도로 새벽길을 달리는 상쾌한 기분은 느낌만이 아니다. 텅 빈 길의 외로움도 즐겁지만 가끔씩 쌩 하는 바람소리를 내며 추월하는 승용차들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 지점에 도착하고 시동을 끄면 일과가 끝나지만 정작 그때부터 보통사람들의 일과가 시작된다. 큰 차 꽁무니에 작은 차들을 양쪽으로 도열해 놓고 자기물품이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그사이에 나는 밥을 한다.  통감자를 넣으면 맛은 좋지만 조그만 양은 냄비에 감자밥을 하기 위해서는 가늘게 썰지 않으면 밥이 타도록 감자가 익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장작불에 은근한 밥맛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부탄가스로 호르르 끓이는 땅콩감자밥 맛의 매력이 나름은 있다. 반찬이라고는 목포화물기사의 상추와 할인점에서 잘못 구매한 쌈장이 전부다. 상추쌈에 쌈장이 격에 맞는 것 같지만 본디 쌈장이 족보가 없는 상품이라는 것을 알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 없다. 쌈장 보다는 고추장이 고추장 보다는 된장이 좋다. 상점에서 판매 하는 것보다 솜씨 좋은 주부가 만든 것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지만, 솜씨를 따질 것도 없이 오래 묵은 할머니의 오래 묵은 막장이면 더 바랄 것이 있으랴. 밥이 익을 무렵 숟가락을 든 지점장이 나타난다. "형님 우리 매일 이렇게 먹다가 건강해 지는 것 아니요?" 라든가 "채식을 하면 대장이 깨끗해서 고기 먹는 사람과 다르다 던데"같은 기분 좋은 말로 식탁에 끼어든다. 아무리 맛난 음식이라도 혼자 먹는 것 보다 여러 사람이 먹으면 한결 풍미가 더한다.
 
대관령 골짜기에 새싹이 뾰족이 고개를 들기 시작할 때 남쪽은 초록이 무성하다. 봄을 맞은 배달나라의 산과 들에는 하늘님이 무료로 나누어 주시는 나물이 지천으로 깔린다. 그중에 단연코 많은 것이 망초다. 어떤 이유로 나라가 망할 때 우리나라에 들어와 그때까지 보지 못했던 생명력으로 우리의 산야를 점령해 버린 그 잡초, 망국의 시선으로 망초가 됐지만 새순을 뜯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에 된장이나 간장으로 버무리면 풋풋한 봄내음이 코끝에 찡한 나물,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말라비틀어진 묵나물을 먹거나 하우스에서 최소한의 경제 논리로 생산된 소수의 품종만 고집한다. 시간도 없고 피곤도 하겠지만 한번 즘 하늘의 혜택을 공유함도 바람직하지 아니한가?
 
이제 고속도로를 버리고 국도로 접어들 때다. 아침안개 자욱한 밭 모서리에 차를 세우고 쇠꼬챙이로 땅을 찌르면 초록 잎과 황금색 뿌리의 냉이가 고스란히 알몸을 드러낸다. 금새봉지에 가득 찬다. 봄나물은 바구니에 담아야 제격이지만 목포화물기사내 뜰 기둥에 매달려있는 비닐봉지다발이 오염원이다. 격식에는 맞지 않지만 편리하기는 비닐봉지만 한 것이 없다.

내가 필요한 냉이는 그저 한줌이지만 나머지는 고속도로를 빠져 나가는 곳의 여자분 에게 상납을 한다. 밤샘 근무를 하고 퇴근을 해서 아침밥을 준비하는 고속도로 아줌마 가족을 위한 냉이다. 보잘 것은 없지만 뇌물일 뿐이지 다른 뜻은 없다. 살다보면 한두 번은 과적을 하게 되고 저울의 벨이 울리면 상냥하던 여성이 갑자기 마귀할멈으로 변한다. 그때를 대비해서 부지런히 돈 안 드는 인심을 베풀고 있을 뿐이다. 나의 불법에 눈을 감아 달라는 뜻은 아니다. 피치 못하고 범법자가 된다고 해도 마귀할멈으로 변했던 여성이 그전처럼 상냥하게 돌아가기 위해서 당분간 아침마다 서로 괴롭다. 나의 냉이는 마귀할멈으로 변신하려는 여성을 진정 시키는 효력이 있을 것이다. 사실은 뇌물보다 다정한 인사가 더 효과 적이긴 하다. 조그만 톨게이트에 4명 정도가 교대로 근무하는데 인사말은 각각 달라야 한다. "아버지는 좀 어떠시니?"는 어린직원에게 묻는 안부다. "오늘은 야간 근무구만 고생 많았어." "밤새 예뻐졌어 밤에 뭘 드셨나?" 정도는 중견직원을 위한 인사말, 노회한 직원에게 건넬 인사는 준비 되었다 "봄 아지메 바람날 때 됐다 든데 임자는 어찌 기별이 없소?" 라는 아이디어의 제공자는 잘난 목포화물기사다. 실행을 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지친 여성분께 피로가 풀릴 정도의 상큼한아침의 느낌을 선물하지 못할망정 나쁜 혹은 주책없는 이 돼서야 곤란하다. 안색을 잘 살펴서 분위기를 파악해야한다. 누렇게 뜬 얼굴에 충혈 된 눈이라면 말을 아껴야 하지 않을까? 냉이 봉지를 내민다. "이거 된장국 끓일 때 넣고요 그리고... 뭐 계속 수고하셔!" 오늘을 그냥 넘어가지만 언젠가 목포화물기사의 조크를 말할 때가 올 것이다. 이 봄이 가기 전에...
 
냉이가 추가되면서 식탁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냄비는 하나뿐이다. 감자와 냉이를 넣은 밥을 해 플라스틱용기에 덜어놓고 냉이 가득한 라면을 넣는다. 맛난 국을 끓일 능력이 없는 사람은 라면을 애용한다. 밥에는 감자의 진한 향기에 냉이가 묻혀 들어가 흔적이 없지만 라면에 들어간 냉이는 그곳의 여왕이 된다. 냉이향기 가득한 봄 라면 이라고 해야 할까? 봄 향기 가득한 냉이라면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 즘 여자직원이 출근을 한다. "밥에 냉이를 넣었네, 그게 뭐래요?" "미스 리! 퓨전요리라고 몰라? 낼은 쑥 감자밥과 쑥 라면을 할 건데 기대 하시라고 아니 쑥냉이감자밥은 어때?"
 
주말이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목포화물기사의 상추는 서울의 식탁까지 동행한다. 집에 도착하기 한 시간 전에 미리 삼겹살을 주문한다. 구리항아리에 쇠뚜껑, 영화관은 팝콘, 상추와 잘 어울리는 것은 삼겹살이다. 상추를 맛나게 먹기 위해 삼겹살이 필요할 때도 있는 것이다. 느긋한 식사 후 고혈압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간다. 평생을 병마와 싸우는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무슨 예방 차원의 치료를 15년이나 해야 한다면 문제가 있다. 처음부터 혈압이 높다는 말을 한 것은 의사이고 치료를 해야 하는 공식도 의사가 만든 것이지만 집사람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하릴없는 고혈압 환자가 되고 말았다. 길 건너편 병원 진료실, 세상에서 내 혈압에 관심 있는 단 두 사람 의사와 집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팔뚝을 내밀고 혈압을 측정한다. "혈압이 정상이네 담배 끊었소?" 15년 만에 정상인 혈압에 집사람은 표정이 변했다. "그럼 이제 약 안 먹어도 되나요?"집사람의 간절한 질문에 반질반질한 의사가 말했다. "혈압이라는 것이 워낙 들쑥날쑥하니 조금 더 지켜봅시다."15년이나 병을 못 고치는 뻔뻔한 의사에게 좋은 말을 기대 한 것이 잘못이다. "박형 오후에 한강족구단과 시합 있으니 준비하고 나오세요." 한 동내에서 비비고 살다 우연히 족구클럽에서 만났다. 나의 혈액을 담당하는 아는 얼굴이라고 공석이 된 회장 자리에 적극 밀어 올렸더니 이제는 대놓고 지시를 하려고 든다. 그렇거나 말거나 집사람은 정상으로 돌아온 나의 혈압에 희희낙락이다. 뭔가 문제는 있지만 알 수가 없다.  소파에 누워 밀린 잠을 청하는데 갑자기 짜증이 밀려온다. "아니? 공부 할 만큼 한 사람이 박형과 형님을 구분 못해? 나이는 한살이나 어린 의사가!"


임정화   15-01-22 09:46
    
안녕하세요, 박주철 선생님.
제목의 15년 고혈압 치료하기는 맨 마지막 문단에만 집중적으로 나오고, 부제의 봄을 생각한다는 내용이 전체의 줄기를 이루고 있네요.  부제는 제목에 덧붙어 그것을 보충하는 제목인데, 이 글의 제목과 부제는 좀 성질이 다른 모양새입니다. 한번 생각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봄과 관련된 이야기로 '바람'이라는 단어가 갖은 의미를, 그리고 봄채소나 나물들에 곁들여 쌈장에 관한 이야기, 화물트럭을 운행하고 다니면서 겪게 되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소소하게 나열되어 있는데요. 각각의 이야기들이 매우 재미있으면서도 적잖은 정보를 준다는 점이 큰 장점인 듯합니다. 대화나 이런저런 자잘한 생각들이 매 구절마다 나타나서 읽는 잔재미를 배가시키기도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비슷한 패턴의 이야기들이 길게 이어진 느낌이 들어서 아쉽기도 합니다.
문장에서는 띄어쓰기가 아쉽고, '~지만'으로 이루어진 서술구조가 많아서 단조로운 감이 있습니다. 좀더 다양하게 문장을 구사하시면 지금보다도 훨씬 읽는 재미가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입담이나 소재가 아주 많으신 것 같은데, 다음 이야기도 기대하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박주철   15-01-26 03:41
    
귀한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상추와 봄나물이 혈압을 정상으로 회복시켰다가 전체 줄거리였는데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봄나물과 혈압이 단절돼 있음을 알았습니다. 따라서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봄나물이 주제처럼 돼버렸습니다.
특히'~지만'은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습관이 아닌가 생각 합니다.
용기를 가지고 새로 수정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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