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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의 감시자    
글쓴이 : 김늘    22-03-31 00:37    조회 : 2,109
   거리의 감시자.hwp (86.0K) [0] DATE : 2022-03-31 00:37:47

거리의 감시자

김늘(김혜정)

 

   불편한 편지를 받았다. 교통법규 위반 통지서다. 차선 변경 시 깜빡이 미사용이다. 예전에는 벌금이 고지되고 낼 은행과 가상 계좌가 있었다. 빠른 기간 내에 내면 20% 할인 내용도 적혀 있었다. 이번에는 그런 것이 없다. 사실 확인을 하려면 경찰서에 와서 동영상을 확인하고 지구대에서 용지를 받아 벌금을 내라고 안내되어 있다.

  찍힌 사진은 차량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이었다. 감시 카메라가 앞이 아니라 뒤에도 있나 라는 의문 뒤에 ! 이것은 누군가 블랙박스에 찍힌 것을 신고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불편해졌다. 얼마 전 교육청으로 출장을 가야 해서 학교에서 나와 우회전 후 좌측으로 차선을 변경할 때 뒤에서 번쩍거리던 차량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찍은 사진인가? 블랙박스에서 칩을 꺼내 내 차량의 동영상 부분을 신고할 정도면 공익 신고에 대한 정성이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불편한 내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남편은 지구대 가서 벌금 용지 받아 납부를 하라고 했다. 나는 깜빡이를 사용하는 것은 운전 중에 할 수 있는 말 없는 의사표시이기에 잘 지켰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며칠을 망설이다 경찰서에 문의 전화를 하였다. 전화 받은 담당 경찰관은 공익 신고가 들어왔다라고 했다. 난 평소 운전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하고 동영상을 보고 싶다고 하니 경찰서로 직접 와야 한다라고 한다. ‘기꺼이 가겠다.’라고 했더니 이번은 경고만 하겠으니 앞으로 주의하고 안전 운전하라며 통화를 마무리한다. ‘경찰서에 전화해 보길 잘했네. 가만히 있다가 괜히 벌금만 낼 뻔했잖아.’ 가슴을 쓸어내리며, 역시 가만히 있지 않고 꿈틀 해 보고 찔러보길 잘했다며 용기 내어 경찰서로 전화해 본 나 자신을 칭찬했다.

 

   또 한 장의 불편한 편지를 받았다. 건널목에 차를 주차했단다. 사진을 보니 동네 슈퍼 앞 건널목에 내 차바퀴가 올라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 예전의 경험을 기억하며 망설임 없이 교통과로 전화하였다. 역시 공익 신고라 했다. ‘퇴근길에 잠시 동네 슈퍼에 들러 장 본 것인데 몇 시간 주차한 것도 아니고 길어야 10분 이내일 것이다.’라고 항의하며 선처를 바랐다. ‘공익 신고가 들어와 어쩔 수 없다.’라며 이번에는 꿈틀거림이나 찔러봄이 통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벌금을 냈다. 한동안 그 슈퍼에 가지 않았다. 주차가 안전한 대형 할인점을 이용했다. 동네 사람들이 다 내 차를 신고한 사람 같아 보였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건널목 주변에 있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이 신고했을까의심하게 되었다. 건널목에 대어놓은 차를 보면 나도 사진 찍어 신고해 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공익신고란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공정한 경쟁 및 이에 따르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법에 규정된 471개 공인 신고 대상 법률의 벌칙이나 행정 처분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신고하는 것이다. <위키백과 2021.8.6.>공공기관 공익 신고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전년 대비 68.4% 증가하였고 과징금 과태료 부과는 2,242억이 된다. 위반 유형별로 보면 도로교통법 위반 신고가 80.7%로 가장 많았고, 장애인등편의법 위반 신고가 8.8%로 뒤를 이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된 2011418,182건에 비해 약 7배 증가하여 280여만 건이 된다. <대전일보 2020.7.2.>

 

   공익 신고가 많이 늘었다. 그 와중에 나는 유형별로 도로교통법과 관련된 안전 분야에 속한다.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신고 효과는 많이 높아졌다. 거리마다 CCTV가 설치되어 용의자 검거가 쉬워졌고 CCTV가 없더라고 세워 놓은 차 블랙박스로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도로에나 있는 줄 알았던 감시 카메라가 모든 차에 달려 있으니 한치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다.

   신고 정신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초등학교 시절 반공 교육받은 것이 생각났다. 간첩 신고에 대한 교육은 신고 정신이 투철해야 하며 마땅히 해야 하는 의무이었다. 그러나 북한 주민 다섯 가구마다 한 명의 5호 담당 선전원을 배치하여 가족생활 전반에 걸친 당적 지도라는 명목으로 간섭, 통제, 감시하는 제도인 5호 담당제 이야기도 들었다. 가족까지도 신고해야 하는 불신 사회인 북한 형편을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받은 교육으로 신고는 고자질하는 것으로 부정적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신고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뭐 이런 것을 신고했는가?’ ‘서로 간에 불신 조장을 만드는 것 아닌가?’ 감시받는 듯하여 기분 나쁘고 마음이 불편했다.

   친구들과 남도 여행길에 차를 타고 가다가 산불이 난 것을 발견했다. ‘불이 났네생각하며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동안 한 친구는 119로 전화를 하고 있었다. 전화를 받은 소방서에서는 이미 알고 있고, 출동했다고 답했다. 평소에 한 박자 늦게 말귀를 알아듣던 친구였는데 재빠르고 투철한 신고 정신을 가졌다는 것에 놀랐다. 그렇지만 이렇게 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던 무심한 내 성격은 더 많은 문제가 있음이 확실하다.

   이런 일을 겪은 후 차선을 변경할 때 깜빡이를 더 잘 사용하고 있다. 잠시 주차할 경우에는 건널목에는 차바퀴가 닿지 않게 주차하려고 애쓴다. 건널목에 차를 주차하면 안 되는 바뀐 법률 상식을 미리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법에 규정되어 있는 471개 종목을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는가?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법률 상식을 알게 한 공익 신고는 행동과 마음가짐을 변화시켰다. 이것은 개인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밝은 사회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분 나쁘고 불편했던 불신의 마음은 사라졌고 오히려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국민 생활의 안정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풍토의 확립을 위하여 부당하고 위법인 것을 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인식의 변화도 갖게 되었다.

   거리의 감시자 눈길을 오랫동안 생각하다 보니 마치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고 지켜주시는 자(시편 121:4)”의 눈길이 연상되었다. 감시자가 아닌 도로 위에서 지켜주는 자의 눈길이라 마음을 먹으니 언제나 어디서나 법의 규정 안에서 바른길로 가고 누구에게라도 당당할 수 있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이제 불편한 편지는 사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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