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이 함께 어울려 깔깔거리며 지내던 대학시절은 꿈과 희망으로 한시도 떨어지길 마다하였다. 밝은 웃음에 서로의 마음을 쌓아가며 강의실로 도서관으로 열심히 공부하였고 음악실, 영화관, 명동의 양식집으로 신나게 놀기도 하였다.
인천 사는 친구는 기차로 다니다 연세의대생과 사귀게 되었다. 우리 셋은 그 남자에 대해 이리저리 저울질하고 평가하고 어떨 땐 혹독한 점수를 주어 남자를 분노케 하고, 놀려 주었다. 친구들은 모두 늘씬하고 예뻤다. 인천친구는 학과 대표도 하였으며 메이퀸에 도전 할 정도였다. 결혼하여 미국 뉴욕근교 큰 병원에 직장을 가지고 끝내 미국 시민이 되었다. 한 친구는 대기업의 지사 발령으로 미국에 갔으나 결국 독립하여 사업을 시작하여 이제는 모두 쉬는 연세가 되었다. 그러나 사업을 함께하여 힘들었는지 지금은 갑상선 암 수술에 고혈압, 당뇨, 심장 혈관 수술까지 하여 병이란 병은 모두 갖고 사니 친구 잃을까 걱정이다. 항상 긍정적이고 ‘병이란 놈이 좋다고 오니 함께 살란다.’하며 웃는 목소리는 국제전화로도 가슴이 찡하며 함께 웃는다. 서울 생활은 뭣이 그리도 바쁜지 한국 가면 정신이 없단다. 집안 행사에 결혼, 모임행사에, 조용한 자기가 전화한다면서 항상 전화하면 오히려 친구 건강 챙기니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폭넓은 그의 마음이란 우물 속에 빠져 버린다. 오늘도 나는 친구 생각 하며 기도 한다. 서울 친구는 재벌이 되어 친구가 오면 서울에서 한국의 끝자락 완도까지 구경시키고, 보성 차밭 구경에 맛있는 차까지 마시고, 맛 자랑하는 음식점 찾아가고, 좋은 경치, 꽃구경까지 하며 다녔다. 내년에는 모두 모여 제주도 자기 별장 가자고 계획을 세웠단다. 내가 대접하려면 젊을 때 내가 베풀었으니 나이 들어 자기가 할 차례라고 말 할 때는 고마운 친구마음에 가슴에서 뜨거움이 울컥 솟아 온다. 내가 젊을 때 ‘좀 더 많이 베풀어 마음의 넉넉함을 비축 해 놓을 것을’ 하고 돌이켜본다.
아직은 모두 부부가 정답게 여행 다니며 사는 삶이라 내가 혼자 된 것이 마음에 걸리는지 서울친구는 항상 나를 보살펴 주려한다.
나의 생활은 딸 셋이 있을 때는 남의 아들 못지않게 키우리라 하는 마음으로 항상 긴장된 삶이였다.
질문을 하면 바로 답하기 위해 사회, 국어, 모두를 외웠다. 옷은 양장점에서 예쁘게 맞춰 입히고 60년도 말 70년도 초에는 아주 귀했던 바나나, 귤을 먹이면서 키웠다. 피아노, 첼로 렛슨을 받기 위해 때로는 눈이 많이 내려 힘든 길을 직접운전하며, 내 몸 돌보지 않고 삶에 이끌려 달려왔다.
다행이 시댁의 풍요로움과 성공한 친정아버지의 덕택에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았다.
경제적으론 풍요로웠는지 몰라도 정신적인 나의 삶은 너무나 힘들었다. 재일 교포인 아버지는 오셨다 가시면 그만 이지만 모든 친정 친척은 나에게 경제적인 도움의 요구로 괴로움을 주었다. 지금 칠십이 넘어 생각하니 왜 끊지 못하고 끌려 다녔는지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난다.
남편의 사업 뒷바라지, 친척들의 보살핌, 딸들을 위해 학부형모임과 봉사활동, 모든 것에 이끌려 나 자신의 존재감 자체를 잊고 살았다. 이제는 늦게 낳은 아들까지 모두 각자 가정을 이루고 자리 잡고 사는 것을 보고 여태껏 긴장한 나의 삶을 의무라는 올가미에서 벗어나려 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려고 노력 해 보고 싶다. 그 동안 무관심을 넘어 학대할 만큼 나를 돌보지 않고 먼저 상대를 생각하였고 아픈 몸을 감수하며 일을 보았다.
금요일은 내 시간으로 아무도 침범하지 말라고 선언하였더니 먹혀들었다. 거절이란 것을 해 본 것이다. ‘ 이렇게 자신을 돌보는 것이 구나 ’ 하고 이제 배웠다.
나 자신을 살펴보고, 삶을 되돌아보고, 기계가 많이 써서 닳듯이 많이 약해진 내 몸도 어루만져 사랑을 주고 싶다. 그 동안 수고 하였다고. 나 자신을 알고, 무엇을 자신에게 해야 할지, 자신의 숙제를 풀기위해 글을 써 보려고 수필 반에 들었다.
글을 쓸려니 생각하게 되고, 자신에게 묻게 되고, 엉켜있는 마음을 하나씩 풀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젠 정말 나에 대한 보상과 해야 할 숙제가 무엇이지 생각 할 시간이다. 아무도 구속하지 않는데 내 스스로 올가미 속에 가두어 자신보다 자식들 생활에 도움을 줘야 하는 존재로 얽매고 살았다.
버리고 살았던 나를 찾아 긴장을 풀게 하고 몸과 마음을 다독거리면서 사랑으로 나를 바라보고 싶다. 그러나 벌써 칠순이 넘었다. 좀 더 글 쓰는 공부를 하고 싶고, 책도 많이 읽고 싶어, 시간에 쫓겨 마음이 다급해진다. 느긋하게 사는 공부도 함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