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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병 몰아내기    
글쓴이 : 서청자    15-01-31 15:22    조회 : 7,090
마음의 병 몰아내기
서청자
12번이란 횟수의 마지막 치료를 한 후 개운한 마음으로 한의원 문밖을 나왔다.
추운 겨울답지 않게 햇살의 따스함에 움츠렸던 마음까지 기지개를 펴고 밝게 웃어 본다. 목과 머리의 아픔도 겨울바람에 날려버린 기분이다.
6월의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세곡동 ‘다원’이란 다도 하는 선배의 초대를 받았다.
맛있는 점심에, 귀한 차를 마시고, 총무가 알뜰히 준비한 수박, 포도, 복숭아까지 먹었다. 그러나 여러 선배, 문우들께 걱정을 끼치게 된 일이 생겼다.
문우의 차를 타고 가는 중 고속도로 어귀에서 뒤쪽 차가 크게 받았다.
순간 ‘앗 차’ 하고 걱정과 동시에 머리가 찡하고 아파서 ‘큰일 났구나’ 싶었다. 3년에 걸쳐 한해 한 번씩 사고를 당하여 남달리 통증이 많이 온 것이다.
머리와 눈 뿌리까지 아파왔고 3일 동안 몽롱한 정신에 잠만 자게 되었다.
열심히 전기치료, 찜질, 초음파, 레저, 등 물리치료를 하려고 매일 다녔다. 교통사고란 시일이 지나 나타날 수도 있다더니 한 달이 지나 오른쪽 어깨에 심한 통증이 왔다. 오른쪽으로 눕지도 못하고 앓는 소리에 잠이 깰 정도로 통증이 잠을 몰아내고 있었다.
육신의 아픔이 마음의 서글픔과 서러움을 덮쳐오며 우울증이란 늪으로 점점 빠져 들었다. 아들집에 머물러도, 누가 와서 돌봐 주어도 모든 것이 싫어서 내 집에 혼자 있으며 마음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육신은 점점나아지고 있는데 왜 마음은 늪으로 달려가는지 마음이 엉켜 있었다.
약을 먹으려고 물을 찾을 때도 옆엔 남편의 그림자도 없으니 누가 물을 떠다 줄 것인가. 막연한 그리움이 가슴을 뭉클하게 조여 오며 쓰라린 가슴을 쓸어내린다.
생각지도 않은 많은 상념이 영화 필림이 되어 머릿속을 돌고 있다. 추억이 날개를 펴고 마음을 휘저으니 마음이 쓰리다.
어느덧 여름을 지나 가을의 단풍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으니 내 자신도 한 계절을 넘듯 강한 의지의 불씨를 일구려고 다짐 해 본다. 무겁고 침울한 나의 내면을 이겨 보려고 마음을 다독거리며 책장을 넘기고 ‘사흘만 볼 수 있다면’(헬런 켈러지음)을 읽었다.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작가의 아름다운 표현에 푹 빠졌다.
‘포도 밭 향기를 맡고’ ‘황금빛 띤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정원에서 햇살을 받으면’ 나도 주인공의 그림자가 되어 함께 그의 상상 속으로 스르르 빠져 들어 나를 잊는 순간이 되었다. 아픔과 우울증이라는 것에서 순간이나마 빠져 나온 것이다.
‘아픈 마음에 책이란 좋은 친구가 있구나’ 생각하며 여러 가지 책이란 친구를 따라 함께 어울리다 보니 아름다운 말과 함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다스려 주는 보배가 있어 고마웠다.
3개월 가까운 대학병원의 물리치료와 한의원의 침과 추나요법 치료로 육신이 나아지니 맑은 하늘을 바라보듯 마음도 밝아졌다. 끝없이 추락하는 마음과 엉켜있던 서러운 생각의 씨앗도 민들레 홀씨 되어 훨훨 날려 보내며 변덕스러운 내 마음에 회심의 미소를 보내 본다. 의사 선생님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집니다.” 라고 한 말씀을 되새기며 시간이 해결할 것을 마음의 끈에 매달려 헤매고 다닌 것이 창피와 함께 인간의 좁은 마음의 세계를 되새겨 보게 한다.
지금은 여러 가지 애를 쓴 나의 자세에, 나의 의지에, 스스로 상을 주고 싶다.
통증과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난 나에게 풍요로운 즐거움과 여유로움으로 삶을 꾸려 보려 한다.

임옥진   15-01-31 15:28
    
아, 우리 서청자 샘 드디어 작품 또 하나 올리셨네요.
서청자 선생님은 금반이십니다.
항상 부드러운 미소를 띠시고 계시는 정말 곱고 착하신 분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죠.
앞으로 여유로움을 갖고 풍요로운 글이 나오도록만 하시면 되겠네요.
좋은 글 또 부탁드립니다.
배수남   15-01-31 18:09
    
서청자 선생님~~!
마음의 병은 결국 자신에게 달렸다는 이야기를 쓰셨네요.
평범한 진리를 다잡아 글로 표현하셨기에
읽는 이들에게 생각하는 시간을 주신 점이 돋보입니다.
열심히 쓰시길 응원합니다.
강수화   15-01-31 22:54
    
서청자 선생님,
저는 잘 쓰는 글, 못 쓰는 글, 평가하라면 골라낼 자신은 없지만
감정이 살아있는 글은 다 좋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약을 먹으려고 물을 찾을 때도 옆엔 남편의 그림자도 없으니
누가 물을 떠다 줄 것인가,
막연한 그리움이 가슴을 뭉클하게 조여 오며
쓰라린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 대목을 읽어 내려가는데 눈물이 나오려 합니다.
선생님이 내시는 글마다 안개 같은 슬픔이 자욱이 깔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제 점심을 먹으며 그 해답을 얻었지요.
“경제적으론 윤택했지만 사랑이 그리웠노라.“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선생님을 안아드리고픈 충동이 일었습니다.
글로써 풀어내다 보면 치유가 되실 거라고,
제가 드린 위로가 진정 위로가 되길 빕니다.
한편 한편 천천히 풀어내시면서
저희들과 오래오래
이 길을 가기를
또한, 빌어마지 않습니다.
나윤옥   15-01-31 23:01
    
아아, 서청자 선생님
사랑합니다......마니마니.... 글이 공감이 많이 가고 가슴 뭉클합니다...심성은 어찌 그리 맑으신지..
서청자   15-02-02 10:32
    
여러분의 댓글에 더 감동 받았습니다. 많은 힘을 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을 바라보며 많이 배우고 새로운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소지연   15-02-04 08:53
    
서샘의 의지에 저 또한 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잖아도 저만 먼저 나아서 죄송스럽던 참이었어요.
금년엔 부디 사고도 아픔도 없는 시간 많이 가지셔서 훨훨 날으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열정으로 좋은 글 많이 쓰시는 서샘의 모습이 벌써부터 그려지네요.
화이팅 화이팅!입니다.
노정애   15-02-08 13:16
    
서청자님
글 잘 읽었습니다.
나날이 좋아지는 글 솜씨
큰일이 일어날때마다 느끼는 마음저편의 불안함도
다 마음먹기 나름이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는...
서청자님의 고운 마음이 글에 담겨 좋았습니다.
오윤정   15-02-08 14:25
    
지난 해 사고로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는 것을
이제사 알게 되었습니다.
잔잔하고 고운 모습에 드리워진 쓸쓸함의 정체도
선생님의 글을 통해 느껴 봅니다.
문창호지에 비친 꽃잎처럼 애잔한 선생님의 감성 글
늘 잘 읽고 있습니다.
안명자   15-02-08 20:43
    
선생님, 늘 뵈어도 따뜻함과 인자하신 모습에 뵙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 옵니다.
많이 기다렸습니다. 입성하실 날을!
글을 통하여 우리들의 사랑과 만남을 금반 문우들과 함께
오래도록 나누시옵소서.
건강하시고 좋은글 많이 쓰시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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