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트럭에 실려요.
임 세규.
할머니 ! “산이 트럭에 실려요.”
할머니네 집 뒤로 채석장이 있다. 솔이는 학교를 다녀오다가 “쿵 쾅”발파소리에 깜짝 놀라 논길 건너 먼 산을 바라본다. 포크레인이 바위를 한주먹 잡고 트럭 위에 내려놓는다. 솔이가 시골에 내려가 할머니와 살아가는 책의 이야기다. 아빠는 사업 실패로 먼 지방에서 일을 해야 하고 엄마는 돈을 벌기 위해서 중국으로 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아빠도 엄마도 멀리 떨어져 있고 솔이는 엄청 슬픈 아이예요. 산도 트럭에 실려 가면서 슬퍼했을 것 같아요.” “ 응 그래. 맞아.” “우리 가영이가 그런 생각을 하다니 대단한걸.” “채석장의 산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솔이는 가슴이 철렁 했겠지. 아빠, 엄마가 더욱 보고 싶었을 거야.” “ 내일 또 읽고 생각해보자.''
‘토꼬와 할꼬’는 박 경선 작가님이 쓰신 한권 속에 열 두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동화다. 아이가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다. “하루에 한 단원씩만 읽자.” “아빠가 먼저 읽을 테니까 가영이도 읽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거야.” “독서 록처럼 ?” “비슷하지만 그건 아니고 책을 읽은 후의 느낌 같은 거.. 생각하는 연습 이라고 할까.”
딸아이와 함께 매주 일요일 도서관을 간다. 각 지역마다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 있다. 아동을 위한 자료실과 학년별로 다양한 도서, 부모들을 위한 책들이 비치되어 있고 가족극장, 어린이를 위한 국악 연주회 등 다양한 강좌가 있다.
가영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교육 관련 서적을 제법 많이 읽었다. 도서관을 드나들며 틈나는 데로 읽으면서‘책 읽기가 지겹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많은 생각을 했다. ‘아이가 아빠와 대화를 하면서 읽으면 책을 좋아할 것이다.’라는 나름대로 책 읽기에 대한 기준을 만들었다.
대화를 통해 서로가 생각하고 느낀 것을 함께하는 책 읽기를 한다면 단 한권의 책을 읽더라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대화를 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다는 건 작가의 생각 속에 잠시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다. 즉, 타인의 생각을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을 지닐 수 있다.
프랑스의 교육론자 루소는 ‘에밀’이라는 책을 썼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교육론을 다룬 책으로 현대의 전인교육 사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루소의 삶은 평범하지 않았다. 다섯 아이를 고아원에 보내며 공공기관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더 나은 교육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았고 말년에는 과대망상증으로 비참한 삶을 살았다.
글쓴이의 삶이 녹아내리지 않고 이론으로만 남은 책이 지금도 지침서가 되고 있으니 모순이다. 아주 사소한 것일지언정 실천이 동반되는 교육이야 말로 참교육이지 않을까.대략 5분 정도의 대화 시간이다. 짧은 분량의 글을 읽더라도 딸아이에게 우리 삶속의 다양한 생각들을 알려주고 싶다. 공부는 잘 못해도 괜찮다. 학벌이 좋다고 해서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살아지던가.
오늘저녁 가영이는 내 옆에 달라붙어서 두 번째 솔이의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제일 어려운 부분은 이해와 배려다. 책을 읽다보면 다른 이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딸아이와 함께 꾸준히 책을 읽고 대화를 할 것이다. 풍부한 감성을 지닌 아이로 자라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