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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버지 별명은 한전 지점장님    
글쓴이 : 장석률    21-06-24 14:36    조회 : 5,765
   우리 아버지 별명은 한전 지점장님.hwp (14.5K) [0] DATE : 2021-06-24 14:36:39


우리 아버지 별명은 한전 지점장님!!

장 석 률

 

아파트 입구 우리집 1401호 우편함에 우편물이 꽂혀있다.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다. 한번 도 건너뛰는 일 없이 꼬박 꼬박 고지서가 날아온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무의식적으로 TV를 틀고 고지서를 뜯어보니 지난달 보다 23,000원이 더 많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촉수를 세우고 눈에 힘을 주어 고지내역을 항목별로 하나씩 짚어보니 전기요금이 원인이다.

이번 달에 전기를 더 사용할 일이 없었다. 가전제품을 새로 산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기억을 더듬어보니 지난달에 컴퓨터를 한 대 더 산 것이 사단이다.

 

지난 연말에 퇴직을 하고나니 사소한 지출도 신경이 쓰인다. 그동안 무심코 흘려버린 물, 아무도 보지 않는 TV 틀어놓는 습관을 고쳐야겠다.

지금은 모든 가정이 전기를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전기의 혜택을 누린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도 전세계 인구의 1/3이 전기를 모른다고 하니 전기를 절약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전기절약에 관한 선구자가 있었으니 그분이 바로 우리 아버지다.

내가 어릴 적 그러니까 아마도 중학교 1~2학년(1975년 전후) 때였던 것 같다. 드디어~ 우리 동네에도 전기가 들어왔다. 읍내는 물론이고 면 소재지까지 전기가 들어온 것은 한참 되었지만 우리 동네에 전기가 들어온 건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때였다.

 

우리집은 넉넉한 살림이 아니니 TV를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전기가 들어 왔다는 소식을 들은 작은 아버지가 흑백 TV를 사서 보내 주셨다.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빨리 들여놓은 집중에 한 집이다. 안방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한 TV를 보면서 우리 집이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아들 삼형제가 허구한 날 시키는 농사일은 안하고 TV만 보니 아버지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특히 일요일은 볼게 참 많았다. 특히, 전국 노래자랑 같은 건 빼놓을 수 없는 프로였다. 아버지는 아들 삼형제에게 농삿일을 시키기 위하여 밖에 있는 두꺼비집을 내리곤 했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밖에서 일을 하면서도 맘은 TV에 가 있었다. 일을 하는 도중에도 틈만 나면 방으로 몰래 들어가 TV를 보곤 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여지 없이 두꺼비집을 내렸다.

 

그래서 우리 삼형제는 그때부터 아버지를 일컬어 한전 지점장님이라 불렀다. 우리는 TV를 보다가 아버지가 오시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 석률아~~ 한전 지점장님 오셨다. 얼릉 나와라~~"

아버지는 그 별명이 좋으신지 나쁘신지 전혀 반응이 없었다. 다른 모든 일에도 묵묵하신 아버지 모습 그대로 무반응이셨다.

 

아버지가 이를 악물고 단 몇 천원 어치의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한 처절함이 새롭다.

달력을 보니 이번 주 목요일이 한전 지점장님 제삿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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