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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즐거운 날    
글쓴이 : 왕연균    13-06-26 21:59    조회 : 6,626
                          오늘은 즐거운 날                                 2013.  6.
    이른 아침 집 근처에 있는 불곡산에 올랐다.
    입구에서 부터 밤꽃 향기가 가득하다. 상큼하고 풋풋한 나무 냄새, 산들거리는 바람, 산뜻한 공기가 몰려온다. 머릿속이 시원해짐을 느낀다. 등에 배어오는 땀 때문에 스치는 바람이 더욱 시원하다. 한참 오르자 바람은 물이 되어 물속을 수영한다. 한참 후 벤치에 앉아 바람을 향하여 어깨를 쫙 펴본다. 시원한 물결이 온 몸을 감싼다. 머리가 가슴처럼 따뜻해질 때면 머리가 무겁다. 이 때 산에 오르면 한결 기분이 좋아지고 높이 오를수록 공기가 좋아진다.
    근래에 이름을 익힌 꽃, 나무와 인사한다. 이름을 알아야 더 유심히 보고 상호간에 제대로 인사가 되는 것 같다. 산 딸 나무 꽃, 엉겅퀴 꽃, 밤꽃, 유채꽃, 망초 꽃, 물 박달나무, 너도밤나무 등. 아는 꽃과 나무를 만나면 즉시 속으로 그 이름을 부르게 된다. 이름 모르는 좋은 꽃은 카메라에 담아둔다. 언젠가 책에서 찾아보자. 나무에 달린 설명서를 보니 졸참나무, 물 박달나무, 단풍나무 등은 모두가 암컷, 수컷이 한 나무에 같이 있는데 소나무에는 암수가 같이 있는 나무가 있고 따로 있는 나무가 있다. 나무는 움직이지 못하니 바람만 불어도 수정이 되어 번성하도록 대부분의 나무가 암수를 같이 가진 모양이다. 동물은 움직일 수 있으니 암수를 따로 만들었나 보다. 일부 사람도 암수를 같이 기자면 어떨까? 성 문제로 시간 소모하고 고민하는 일도 없겠으나 사는 재미는 적을 것이다.
     등산과 하산 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기로 했다.
, 안녕하세요하는 상대방의 경쾌한 답례인사가 온기가 되어 내 온 몸속에 퍼지고 피로감도 사라진다. 이야기하며 걸어가던 60대 여성 두 명에게도 옆을 지나가며 인사를 건넨다. 허나 대답이 없다. 얼마 후 다시 만났을 때 안녕하세요, 잘 걸으시네요하고 다시 말을 건넨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슬쩍 쳐다보더니 그냥 지나간다. ‘지독한 촌 할머니들이구나. 아침 인사도 못 알아들을까? 희롱이라도 하는 것으로 생각하나?’
한 참 후에 이들에 대한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려운 문제로 고민하고 있어 내 인사에 대꾸할 여유가 없었는지도 몰라. 내 인사가 그들의 생각에 방해가 될 수도 있어. 상대방의 답례 인사가 오고 안 오고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겠어. 상대방과 눈이 마주치는 경우가 아니면 모두에게 인사할 필요야 없겠지.
    집에 돌아와 보니 학기말 시험시간이 촉박했다. 학과 조교에게 시험문제를 보냈고 시험 감독도 부탁했으니 나는 전철로 천천히 가서 답안지만 받으면 된다. 전철에선 신문이나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학생들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자. 승용차를 빠르게 운전하고 가자 다행히 정시에 교실에 도착했다. 시험문제에 질문이 없느냐고 물으니 학생들은 주관식 문제의 수가 너무 많다고 하였다. 나는 해답을 간결하게 쓰면 된다고 말했으나 얼마 후 다시 생각해 보니 평소 때 보다 더 많은 문제를 출제했기에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 하나는 빼고 써도 좋다고 양보했다. 그들은 좋아라고 했다. 시험장에 제 때에 도착해서 소통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 참으로 잘 한 일이었다.
    꽃, 나무 그리고 상대방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선 것이 나를 즐겁게 하였다.

조정숙   13-06-27 07:47
    
왕 교수님,
이렇게 서정적이고
순수한 분이셨군요.
소년같은 감성 오래 간직하시고
분당반에서 오래행복하세요.
글이 홍조를 띄고 있는것처럼
보임은 뭔일일까요?
왕연균   13-06-27 13:41
    
관심 가져주어 고맙습니다. 아무 평도 없으면 매우 적적할 것같네요.  세상 일을 분석, 평가하고 개선할 방안들을 생각하고 글로 쓰는 일을 주로 하였습니다. 근래 몇 년간은 우리나라 문화와 사람들의 행동에서 개선할 점들을 찾아서 기록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세계화시대에 적응을 돕기위해서. 그랬더니 불쾌한 행동들이 너무 많이 보이고 비판적 시각이 커져 불쾌감도 커지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그런 노력을 줄이고  좋은 점들을 많이 보고 좋은 감정을 많이 키워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의 홍조에는  분당반의 영향도 많을겁니다.  내 이전 글들은 홍조의 반대 색이었나요?
박재연   13-06-27 19:50
    
왕교수님의  상쾌하고 재밌는글을 읽은 오늘은 정말 즐거운 날입니다    이토록 멋지게  변신하시다니  놀라워요
     
왕연균   13-06-28 13:51
    
나라의 문제를 보고 개선점을 논의하기보다 여자들은 역시 감성적인 글을 좋아하는 것 같군요.  지난 번의 국제중학교와  교육자율화에 관한 기사가  목요일 이슈 토론으로  매일경제에 다음 목요일 나온다니 보여줄께요.
          
왕연균   13-07-05 14:20
    
매경 이슈토론에  7월 11일 목요일로 연기되어 나온답니다.
이은하   13-06-27 22:51
    
"오늘은 좋은날."
제목이 넘 멋있고 재밌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제목같습니다.
선생님의 글 그냥 기분 좋게합니다.
행복 바이러스 종종 우리 분당반에뿌려 주세요.
     
왕연균   13-06-28 13:48
    
이전까지는 못뿌렸군요, 미안합니다.  노력할께요.
박서영   13-06-28 01:10
    
샘의 변신에 깜놀했습니다. 평소 보여주신 순수함이 드뎌 글의 옷을 입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잊지마세요. 무슨 말씀인지 아시죠?  다음글도 기대하겠습니다.
왕연균   13-06-28 14:03
    
주로  경험담을 수필로 쓰다보니  간증 씨리즈  처럼 되네요. 조금만 신경을 쓰면  과거와 오늘 주변에  보석 같은것들이  얼마든지 있겟지요.  어데서 일어 보니 수필은, emotional, funny, enjoyable, or useful 해야된다고 하네요.  지난번 이름 건 미안합니다. 이제 박서영이란 춫격적인  이름 잊을 수 없지요.  두 이름으로 된 3행시 다음에 건네 줄께요.
공해진   13-06-28 14:26
    
맛나는 글,
동네근처 한바퀴 산책한 듯 시원해 집니다. 우리 선생님 파이팅입니다.
     
왕연균   13-06-29 17:51
    
공선생 글도 자주 좀 봅시다.  부담 갖지 마시고.
김데보라   13-07-03 13:26
    
우와!!! 글이 확 달라지셨습니다. 왕왕왕교수님.
그동안 우리를 떠보시려고........?
자주 이곳에서 뵙기를 바랍니다.
왕연균   13-07-05 14:23
    
간단하게라고 자주 쓰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오늘도 즐거운 날  사십시다.
이경숙   13-07-05 22:46
    
왕교수님!  글이 완전히 변신했네요. 서정적이고 재미있습니다.
 재주가 많으시네요. 불곡산은 저의 단골산이였어요. 제가 발 수술하기전 까지는.
 계속 재미있는글 읽기를 고대함닏.
왕연균   13-07-13 11:00
    
논문만 쓰고 일기도 안쓰다가 서정적인 글 처음 써봅니다.  많은 지도편달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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