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시간의 관리는 가능한가?
왕 이앤 2014. 5. 21
우리나라 국민 일인당 신용카드 사용 횟수가 2012년 세계 주요 18개국 중에서 1위로 147건을 기록했다. 2위인 카나다 90건, 미국 83.5건에 비해서 월등히 많다. 일인당 사용액에 있어서도 1위인 호주 11,000불, 2위인 카나다 10,000에 이어 8,625불로 3위를 점하였다 (국제경결제은행 자료). 일인당 소득이 세계 33위인 것을 감안하면 소득 대비 카드 사용액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개인부채 역시 세계 정상급임을 보여준다.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이고 가처분 소득에 대한 가계부채 비율도 135%로 OECD국 중에서 가장 높다. 가계저축률은 과거 두 자리 숫자에서 요즘은 2%대로 떨어졌다. 높은 가계부채로 인해서 국민지출의 60%에 해당하는 소비의 증가가 저조하고 기업투자도 안 되고 있다.
금년에 미국의 양적완화가 종결되고 2015년부터 국제금리가 상승하면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금리부담이 높아져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2003년의 카드사태 경우처럼 정부가 세금을 동원하여 이자지불이 어려운 가계와 기업의 채무를 정리하지 않으면 또 하나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온다.
우리 금융기관들은 선진국들에 비해서 너무 쉽게 신용카드를 발급하여 왔고 가계는 카드를 너무 많이 사용하여 왔다. 일본에서는 도시의 상점과 음식점 등에서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점의 카드 사용 수수료부담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신용카드 남발로 가계 발 금융위기가 일어나면 금융기관 감독기관의 과오 때문이며또 하나의 세월호가 될 수 있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차입과 지출이 용이하기 때문에 가계의 예금 통장이 자주 적자를 보이게 된다. 자동대출 계약으로 수입의 몇 배가 되는 금액을 카드로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신용카드는 요술방망이 이다. ‘돈 나와라 똑딱’하면 돈이 나오고 ‘금 나와라 똑딱하’면 금이 나온다. 얼마 후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것만 다르다. 방망이를 두드린 다음에는 회초리 맛이 따른다. 예금액을 초과하는 카드 사용액에 대하여는 일반대출보다 두 배나 높은 금리가, 현금 써비스에는 30% 이상의 금리가 부과 된다. 신용카드를 현명하게 사용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사람의 본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신용카드는 이성을 마비시키켜 충동구매를 일으키는 탐욕의 하수인이다.
신용카드를 가지고 쇼핑가에 들어서면 구매력을 과신하게 된다. 많은 물건과 서비스가 같은 가치의 돈보다 더 유익하게 보여 이것 저것 카트에 쓸어 담는다. 물건 하나 사러 갔다가 다섯 개를 들고 나오기도 한다. 서점이나 지하철역 내의 좌판에서도 그럴 듯한 제목의 책들이 있으면 한 꾸러미 사기도 한다. 금액이 크면 몇 개월 할부로 사면 된다.
결과적으로 유통기간이 지난 식품, 읽지 못한 책들이 쌓인다. 백화점마다 그리고 가전제품 구입 시마다 할인 혜택이 있다는 신용카드를 주어 여러 개의 카드를 갖게 된다. 정부는 소비자의 카드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사용액의 일정비율 만큼 세금환급을 해준다. 요즘에는 초등학생들도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내가 어렸을 때에 외할머니에게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외할머니는 "뱃속에 큰 돌을 매달아야 한다,"고 답변하셨다. 신용카드는 마음과 몸을 들뜨게 만든다. 국민의 소비가 증가하면 생산과 고용이 증가하여 경제 전체로는 활력이 생겨 좋지만 소비를 많이 하는 가정경제는 나빠진다. 이것을 구성의 오류 (fallacy of composition)라고 한다.
신용카드가 없을 때는 지출의 통제가 쉬었다. 월급을 봉투 채 가지고 다니면 돈이 금방 없어지니 쓸 돈만 가지고 다니라는 선배들의 가르침이 있었다. 수 개월분 수입이 들어있는 카드를 지니고 다니는 요즘에는 자칫하면 적자가 나기 쉽다.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빼고 지내기로 하였다. 지출 예상액과 비상금만 현금으로 가지고 다니면 되겠다. 버스와 전철은 교통카드로 해결된다. 그러나 이틀 후 커텐을 사기위해 백화점에 갈 때에 신용카드가 필요했다. 값이 비싸거나 값을 모르는 물건을 살 때는 신용카드가 훨씬 편리하다.
많은 돈을 지니고 다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시간 관리에도 적용된다. 많은 시간을 무차별하게 여러 가지에 소비하고 나면 정작 우선순위가 높고 해야 할 일은 뒤로 미루게 된다. 어떤 일을 예정 기일 내에 마치기 위해서는 일정과 데드라인이 필요함을 실감한다. 직장 은퇴 이전에는 시간이 외부에서 통제되어 정해진 스케쥴에 따르면 되었으나 은퇴 이후에는 외부 통제가 없음으로 자신이 만든 내부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생활의 편의를 위해서 계획은 신축성이 있어야하고 신축성이 많은 계획은 무계획에 가까워진다. 설정한 계획을 지키는 것과 신축성을 많이 인정하는 것 사이의 긴 스펙트럼에서 어데를 선택하느냐 하는 것이 돈과 시간 관리의 정밀도를 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ykwang@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