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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상 (聯想) - 수정    
글쓴이 : 류지현    14-03-01 11:01    조회 : 5,646
 가족들과 텔레비전 앞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단지 배경음악이다. 나이가 있으니 결혼할 처자를 데려오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텔레비전에서는 싫어라고 대답한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영화, 대학교 때 만났던 여자 친구를 떠올리게 한다. 그녀와 마지막으로 봤던 영화였다. 텔레비전에서 방영중인 영화를 보고 우리는 부모님과 식사를 했다. 대학생 신분과 어울리지 않게 횟집에서 배를 채운 그 날, 나는 도서관에서 밤을 새우고 시험을 볼 생각을 했다. 여자 친구는 걱정이 되었나 보다. 내가 집에 들어가지 않으면 부모님께서 괜한 오해를 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 때부터였다. 사소한 생각 차이는 그녀와 나를 멀어지게 만들었고, 그녀는 나에게 본 얼티메이텀이라는 영화를 남겼다
 
 나는 머리가 좋지 않은 까닭에 연상으로 공부한다. 화학의 기본인 전자배치의 3원칙을 공부할 때도 그랬다. 전자배치의 1원칙은 축조법칙 (Aufbau principle)이다. 영어 글자들 사이로 ab가 보인다. 전자가 에너지가 낮은 오비탈부터 차례대로 채워져서 ab를 만드는 원칙으로 생각했다. 전자배치의 2원칙은 파울리의 배타원리 (Pauli exclusion principle)이다. 오비탈에 전자가 채워질 때 밀도가 높은 원자핵 주위에 서로 다른 2개의 상태를 가질 수 있는 궤도함수로 존재하는 데, 이는 하나가 1/2의 전자상태로 점유되면 나머지는 ?1/2의 상태로 점유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나는 파울리와 배타가 있기 때문에 파울리와 반대적 특성을 가진 배타는 반대의 스핀을 가진다고 기억했다. 마지막 3원칙은 훈트의 법칙 (Hund’s rule)이다. 에너지가 같은 원자 궤도에 전자가 배치될 때, 홀전자수가 많게 배치되며, 스핀 양자수가 서로 같다는 법칙이다. 나는 훈트는 혼자 존재하기 때문에 혼자 있는 방향, , 홀전자수가 많게 배치된다고 암기했다. 연상으로 공부하는 특성은 암기능력이 떨어지는 나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사람을 기억할 때 다른 사물이 떠오른다. 지금까지 공부해온 방법 탓인지는 모르지만 주변의 사람을 떠올리면 그에 맞는 것이 떠오른다. 객체는 영화일 때도 있고, 책일 때도 있고, 음악일 때도 있고, 냄새일 때도 있다. “법륜 스님스님의 주례사책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고, “제니퍼 로페즈용기 (Brave)”를 들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집에서 쓰는 비누향기가 나던 친구도 있었다. 한동안 비누만을 사용하게 해 준 그 친구는 가까이 다가가면 풍성한 거품의 비누향이 났다.
 
 내 지도 교수님은 홍합에 관한 연구를 하셨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교수님의 인생 끝에 밝은 빛을 내밀어 주었던 것이 홍합이었다. 먹는 데만 쓰이는 줄 알았던 홍합이 바닷물 속에서 어디든 잘 붙어 자라는 것에 호기심을 가졌던 그는 홍합의 접착성분을 분석하여 모든 표면에 접착할 수 있는 물질을 만들었다. 심지어는 프라이팬에 기름때 방지를 위해 처리되는 테플론에도 코팅이 된다. 교수님의 박사 논문에는 그의 아이디어와 실험설계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지도교수님을 보면 홍합을 생각난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하다. 나는 집 냄새가 나는 사람이라고 했다. 대학원에 들어와서 자취 생활을 처음 해본 탓일까. 우리 집 고유 냄새가 있는데 그 냄새가 내 몸에 베어있다고 했다. 어떤 친구는 그랬다. 나에게는 담배냄새가 난단다. 담배를 오랫동안 피워서 그런지 내 몸과 옷에는 담배냄새가 베어있다고 한다. 한 친구는 인스턴트 커피가 생각난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먹어왔던 믹스커피인지라 원두커피에서 맛을 느끼지 못하는 탓이리라.
 
 타인이 나를 어떻게 기억하는지는 속마음을 알기도 힘들뿐더러 중요한 일은 아니다. 나라는 사람을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설날에 텔레비전을 보며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 유쾌한 사람이었으면 한다. 웃기는 게 직업은 아니지만 개그맨처럼 웃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일단 집 냄새와 담배냄새를 지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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