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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글쓴이 : 류지현    14-03-18 20:43    조회 : 6,451
 6개월만 있으면 정규과정을 마치고 박사학위를 받는다. 아버지와 졸업 후 인생 진로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기대는 이해하지만 졸업을 맞이하며 내 인생은 내가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박사과정도 그랬다. 우리 가문에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없단다. 아버지는 박사 아들을 두고 싶다고 하셨다. 그 길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박사과정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완벽한 것은 실행에 옮기기 직전까지라는 말처럼 연구는 실험을 하기 전까지만 완벽했다. 머릿속의 완벽한 계획은 시작부터 붕괴되기 마련이었다. 측정 결과가 좋아 자료를 정리하며 밤을 새우던 날에는 참고문헌을 찾아보다가 좌절한 적도 있었다. 실험을 하기 전에는 분명히 찾지 못했던 자료였는데, 실험을 다 하고 나니 똑같은 실험을 한 논문이 보고가 되어 있었다. 잘 된 실험을 정리하며 가설대로 분석을 해 나가도 참고 논문의 결과 해석이 다양해서 내 자신도 확실한 믿음을 갖기가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의 일을 따라 다녔다. 아버지는 건축 일을 하셨다. 새벽 6시에 출근해 모진 강도의 노동을 소모했고, 해가 넘어가고 나서도 일은 끝나지 않았다. 일하던 도중 아버지께 쉬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방학 때에는 축구도 하고 오락실도 가고 싶은데, 어린 나이부터 일을 한다는 데에 불만을 늘어놓았다. 아버지께서는 한동안 아무 말씀 없으시더니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아들아. 사람은 무엇을 하던 먹고는 살아야 한다. 먹고 살려면 반드시 일을 해야 한단다. 아빠는 학창 시절에 학교도 제대로 못가고, 논하고 밭 매고, 감 따러 다녔단다. 학교도 걸어서 1시간씩 걸어가야 했는데, 할아버지의 일을 도와드리고 나면 학교에 도착해도 바로 돌아와야 했을 거야. 공부를 안했더니 받아 주는 곳이 없더구나. 공부를 안했으니 많이 한 사람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적은 돈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것이지. 공부 열심히 해서 아빠처럼 힘들게 살지 말고, 편하게 살아라.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으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해. 지금 하는 일은 혹시 공부를 잘 못해서 공사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기술을 배워 놓는 게 중요해. 기술을 배우면 어디에 가서든 먹고 살수 있단다. 그러니 지금부터 배워 두는 게 좋지.”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아버지는 더 이상 나를 공사장으로 데려가지 않으셨다. 물론 방학기간에도 아버지의 출근시간인 6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아버지께서 나를 깨우고 나가시는 동안 나는 학교에 가는 척 준비를 한 뒤 나가시면 다시 잠자리에 들곤 했다. 공대인들도 경영학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배웠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경영학과 복수전공을 시작했다. 들어야 할 경영학과 전공필수 과목은 많은데, 공대 전공필수 과목도 충분히 듣지 못했다. 학기마다 24학점씩 신청하여 수업을 들었다. 공대 수업만 듣다가 경영학과 수업을 들으니 생소했지만 졸업을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것도 아버지의 철칙이었다. 수업이 겹쳐 하루에 세 과목 시험을 봐야 했다. 미리 공부를 해 두었으면 좋았겠지만 좀처럼 여유가 생기지 않아 전 날에야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세 번째 시험 과목을 공부하고 있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인생이 우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겁게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 목숨 바쳐 공부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도서관 밖으로 나가 잠시 걸었다. 적막이 드리운 가운데 달빛이 내 눈으로 들어온다.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의 일을 도와드릴 때의 일이다. 변기가 수없이 쌓여있었다. 승강기가 없었다. 원룸식 건물이었는데, 각 방마다 변기를 날라야 했다. 아버지께 같이 날라 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아버지는 내 질문을 회피한 채, 두 개씩 나르는 게 좋은 것 같은데 아직 어리니 한 개씩 옮겨서 나르라고 하신다. 한참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자 아버지는 다문 입을 여신다.
아들아. 아빠가 이것을 다 날라줄 수도 있어. 하지만 나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조율하고 막히는 문제점을 풀어줘야 하는 임무가 있어. 나에게도 임무가 있고, 너에게도 임무가 있어. 때로는 네가 가진 목표가 너무 고되고 힘들지라도 좌절하지 말고 시작할 필요가 있어. 더 재미있는 것은 목표를 가지고 전진하다보면 어느새 너의 목표를 달성하고 다음 목표가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인생은 그래서 재미있는 거란다
그 당시에는 재미가 없었다.
 
 이제 박사학위 과정을 마치고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며 내가 가진 꿈이 생각난다. 지금까지의 삶은 나를 위해서가 아닌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살아왔다. 부모님, 선생님, 교수님께 잘 보이기 위해 나를 성실한 사람으로 포장하게 만들었고 내 모습보다 더 훌륭하게 보이도록 내가 가지지 못했던 것조차 가진 것처럼 행동했다. 이제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향해 한 발자국 나아가고 싶다.
 저녁에 아버지와 식사를 하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지금까지 나에게 사과 한 번 해보신 적 없는 아버지께서 미안하다고 하신다. 자신은 잘 몰라서 한 이야기니 열심히 해 보라고 하셨다. 무엇을 하던 내 편이라고 하신다. 아버지의 조언이 틀렸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아버지의 조언을 받아드리며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

정혜선   14-03-19 09:10
    
류지현 선생님, 우선 학위취득을 축하드립니다.
이과 공부를 하면서 글에 대한 열정을 키우신다는 게 놀랍네요.
이 글의 주제는 '꿈을 향한 포부와 새로운 각오'로 보이는데요,
제목을 아버지라 부치다보니 초점이 맞질 않고
도덕적인 틀에 갇혀버리는 듯합니다.
아버지의 권유로 박사과정을 밟았고 논문 쓸 때 마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생각한다 하셨지요.
그래서 건축공학을 전공하셨구나 싶었습니다. 맞나요?
그렇다면 아버지와 함께 한 경험이 어려움의 실마리를 풀어주었다는 구조로 가야하는데
그런 이야기가 나오질 않아요.
아버지 탓을 하는 듯하면서 감사하는 듯하면서
일관성이 없어 보입니다.
당신처럼 살지 않길 바라셨던 아버진
어린 아들을 공사장에 데리고 다니면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게 하셨다지요.
작가는 그러한 아버지를 우러르는 입장일지 모르나
독자의 입장에선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아버지의 뜻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요.

아버지와의 말다툼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나의 꿈이 무엇인지, 어떤 조언이 있었는지
구체성을 갖춰야 하겠습니다.
제목을 '아버지의 꿈'으로 하여 나의 꿈과 연결시켜도 될 것 같아요.
부디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임정화   14-03-19 11:17
    
안녕하세요, 류지현 선생님.
6개월 뒤에 박사학위를 받으시게 되기까지, 참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셨네요.
그렇게 살아온 데에는 밑에서 두 번째 문단의 내용처럼, 자신을 위해서이기보다는 아버지나, 주위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그 뜻대로 살아내보이는 것이 목적이었을 듯한데요. 공사판에서는 공사판에서대로, 공부할 때는 공부하는 일로 본인의 능력 이상을 발휘해야만 한다는 압박이 컸겠다는 느낌이 들어 많이 안쓰럽습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자신처럼 몸을 부리는 일보다는, 아들이 존경받고 힘들지 않은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신 말씀일 테지만, 해보시니까 어느 쪽이 더 쉽다는 것은 사실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 해도 힘든 과정은 피해갈 수 없으니까요.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런 속에서 있었을 원망, 그것은 힘들다고 말했을 때 "내가 좀 도와주마"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이 힘들지? 좀 쉬었다 하렴" 같은 교감과 위로, 응원이지 않았을까 싶어, 저도 부모된 처지에서 많이 안타깝게 읽었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장하십니다.^^
박사학위라는 하나의 관문을 통과했을 뿐이지만 아버지께서는 아마도 이제야말로 보듬어 안아주고 싶었던 미안함을 어렵게 말씀하신 모양이네요. 그 전에 류지현 선생님께서 아버지께 죄송하다고 하신 건 무슨 이유인지... 혹시 힘들 때마다 그동안 아버지께 속으로 많이도 서운했지만 이제는 어려운 숙제 하나를 풀어냈구나, 하는 마음에서 온 죄송함이었을까요?
아직 젊으신데다 이제부터 또 새로운 인생을 펼쳐야 하는 출발선에 계시니, 아버지의 그 말씀이 이제 큰 힘이 되실 줄 믿어요.
그런데 아버지와의 일을 회상할 때마다 "아버지가 생각난다"고 진술하시는데, 딱히 그 문장이 필요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없이 한번 읽어보시고 판단하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쩌면 위에 정혜선 선생님 말씀처럼 독자들이 이 글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고 읽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니 여러 번 읽으시면서 퇴고를 거쳐 초점을 더 명확히 하시면 훨씬 읽기에 좋을 것도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류지현   14-03-22 18:20
    
선생님! 안녕하세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저는 "아버지의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나"를 생각하며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정혜선 선생님의 말씀을 보면서 제가 글을 적고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과 독자가 읽었을 때의 느낌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적고 싶었던 감정은 경험을 통해서 알게된 아버지의 사랑이었습니다.
그 동안 아버지와의 경험이 저에게는 힘이 되었고, 아버지 생각을 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였습니다.
제 감정을 글로 전달하는 것이 아직 미숙한 것 같지만 퇴고를 하면서 더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분야 역시도 건축은 아니고, 나노과학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퇴고를 할 때에는 이 점과 함께 글의 초점, 구체성을 생각해서 신중하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임정화 선생님 말씀처럼, 아버지께서는 평소에 제가 존경받고 편한 인생을 살게 하고 싶어하셨습니다.
이제 갓 서른을 지나 생각해보니, 아버지의 그 말씀이 얼마나 용기 있고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제가 아버지가 되어도 제 자식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줄 용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버지께 죄송하다고 말씀 드린 것은 자식된 도리로 아버지의 말씀에 반박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 였습니다.
퇴고할 때에는 필요없는 문장을 제거하고, 초점을 명확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한 번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 유지현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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