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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의 중력 - 아버지 수정    
글쓴이 : 류지현    14-03-24 17:29    조회 : 5,744
 영화 그래비티를 보며 문득 중력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우주공간에서는 아주 작은 충격만으로도 멀리 날아가 우주를 한 없이 떠도는 미아가 될 수 있다. 나는 여주인공이 위성의 잔재에 맞고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 때, 1인칭 시점으로 묘사되어 있는 카메라 앵글 안에서 어지러움을 느낀다. 여주인공이 당황해서 숨을 몰아 쉴 때, 과도한 산소소모로 고통스러워할 때 역시 숨을 죽이며 화면을 응시한다. 우리가 중요한 것을 알지만 느끼지 못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중력이다. 중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설 수 있으며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우리가 중요시 생각하는 산소는 어떠한가. 대기가 존재한다는 것은 중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기가 지구에 소속되어 우리가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나는 부자는 아니지만 부족하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났다.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고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환경이라는 것을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느낄 수 있다. 내가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었던 것은 주말도 없이 일을 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아버지는 건축 일을 하셨다. 새벽 6시에 출근해 모진 강도의 노동을 소모했고, 해가 넘어가고 나서도 일은 끝나지 않았다. 내가 중학생이 되자, 아버지는 나에게 일을 같이 가자고 하셨다. 어린 마음에 다른 친구들처럼 방학 때에는 축구도 하고 놀면서 쉬고 싶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나에게 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버지께 불평불만을 늘어놓은 어느 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아들아. 사람은 무엇을 하던 먹고는 살아야 한다. 먹고 살려면 반드시 일을 해야 한단다. 아빠는 학창 시절에 학교도 제대로 못가고, 논하고 밭 매고, 감 따러 다녔단다. 학교도 걸어서 1시간씩 걸어가야 했는데, 할아버지의 일을 도와드리고 나면 학교에 도착해도 바로 돌아와야 했을 거야. 공부를 안했더니 받아 주는 곳이 없더구나. 공부를 안했으니 많이 한 사람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적은 돈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것이지. 공부 열심히 해서 아빠처럼 힘들게 살지 말고, 편하게 살아라.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으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해. 지금 하는 일은 혹시 공부를 잘 못해서 공사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기술을 배워 놓는 게 중요해. 기술을 배우면 어디에 가서든 먹고 살수 있단다. 그러니 지금부터 배워 두는 게 좋지.”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아버지는 더 이상 나를 공사장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공대인들도 경영학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배웠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경영학과 복수전공을 시작했다. 복수전공을 신청한 것도 늦었고, 공대 필수과정도 이수하지 못한지라 들어야할 수업이 많았다.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것도 아버지의 철칙이었다. 수업이 겹쳐 하루에 세 과목 시험을 봐야 했다. 미리 공부를 해 두었으면 좋았겠지만 좀처럼 여유가 생기지 않아 전 날에야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세 번째 시험 과목을 공부하고 있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인생이 우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겁게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 목숨 바쳐 공부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도서관 밖으로 나가 잠시 걸었다. 적막이 드리운 가운데 달빛이 내 눈으로 들어온다
 
 아버지의 일을 도와드릴 때의 일이다. 변기가 수없이 쌓여있었다. 승강기가 없었다. 원룸식 건물이었는데, 각 방마다 변기를 날라야 했다. 아버지께 같이 날라 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아버지는 내 질문을 회피한 채, 두 개씩 나르는 게 좋은 것 같은데 아직 어리니 한 개씩 옮겨서 나르라고 하신다. 한참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자 아버지는 다문 입을 여신다.
아들아. 아빠가 이것을 다 날라줄 수도 있어. 하지만 나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조율하고 막히는 문제점을 풀어줘야 하는 임무가 있어. 나에게도 임무가 있고, 너에게도 임무가 있어. 때로는 네가 가진 목표가 너무 고되고 힘들지라도 좌절하지 말고 시작할 필요가 있어. 더 재미있는 것은 목표를 가지고 전진하다보면 어느새 너의 목표를 달성하고 다음 목표가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인생은 그래서 재미있는 거란다
그 당시에는 재미가 없었다.
 
 6개월만 있으면 정규과정을 마치고 박사학위를 받는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지금까지의 삶은 나를 위해서가 아닌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살아왔다. 부모님, 선생님, 교수님께 잘 보이기 위해 나를 성실한 사람으로 포장하게 만들었고 내 모습보다 더 훌륭하게 보이도록 내가 가지지 못했던 것조차 가진 것처럼 행동했다.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며 내가 가진 꿈이 생각난다. 나는 과학을 하고 있지만 글을 쓰고 싶은 욕심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주위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당장 100만원이 없어서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사업에 실패하는 영세업자들이 있다. 나는 그런 이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는 마이크로 크레디트라고 하는 소액 대출 시스템을 통해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빌려준 소액은 그들의 삶을 바꾸기에는 충분했고, 대출금 역시 놀라운 수치로 돌려받아 흑자 경영을 달성했다. 나는 이 소액 대출 시스템을 이용해 주변의 형편이 곤란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이제는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향해 한 발자국 나아가고 싶다. 사회로 나가는 첫 발걸음이 두렵다. 어떤 것도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나에게 확실한 답변을 주지 않는다. 그래도 나 자신을 믿을 수 있는 것은 앞으로 딛는 발걸음에도 과거에도 그랬듯이 아버지와의 추억이라는 중력이 나와 함께할 것이기 때문이다.

임정화   14-03-26 10:09
    
안녕하세요, 류지현 선생님.
글을 대폭 수정하셨네요. 영화 이야기를 서두로 마지막 문장에 중력과 아버님과 있었던 추억을 연관지으며 끝을 내셨는데, 자라는 과정 중에 있었던 어려움과 아버지의 말씀은 있지만, 난관들과 주저앉고 싶거나 손 내밀고 싶을 때마다 이기게 된 계기들은 다양할 텐데 그 내적 갈등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아버지의 말씀 하나로 다 묻혀서 상당히 도덕적인 이야기가 되고 만 듯합니다만 선생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중력과 결부를 시키긴 하셨지만 아버지의 말씀과 중력이 과연 어떤 동질성과 연관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접점을 찾기 힘든데다가 마지막에, 새롭게 시작하게 될 삶들의 목표에 대한 내용도 언급되는데 그것도 아버지의 말씀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모호합니다. 산문은 한 가지 주제를 끌어가기 위한 여러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고 그것들이 통일성을 가져야만 할 텐데요. 이 개작은 그 힘이 약한 듯 보입니다.
다른 선생님들의 댓글평도 참고하셔서 소중한 추억이니만큼 완성도 높은 글로 발표하게 되시길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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