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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어야 제발 이리 좀 와, 응?    
글쓴이 : 이창원    13-12-27 13:38    조회 : 9,608
오랜만에 화창한 봄날이었습니다
양재천에도 탄천에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왔습니다. 모두 마지막 봄을 만끽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오랜만의 휴일이라 잉어가 알 낳으러 올라오는 걸 보려고 초등학교 3학년인 막내딸을 데리고 산책하러
나갔습니다. 저는 자전거를 타고 막내는 인라인을 타고 나갔었는데, 막내가 혼자 달리다 힘들면  제 자전거 뒤 짐받이에 매달렸고 저는 갑자기 마차가 되곤 했었지요.
막내가 소리칩니다.
"아빠 달려 달려!"
우린 기분이 한껏 좋아져 양재천을 거쳐 탄천까지 내달렸습니다.
 
 성남시 태평동 근처 한적한 둑길에는 벚꽃이 만발해 있더군요.
지금이 여기는 절정기인가 봅니다. 꽃 비를 맞으며 둑 위에서 잠시 쉬다 보니 한쪽 비닐하우스 안에는 상추랑 치커리랑 여러 가지 채소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비닐하우스 안에는 동양란과 꽃기린 선인장, 게발선인장 등이 예쁜 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고요.
 
점점 초록으로 짙어지는 나무들과 앙증맞은 빨간 꽃의 어울림, 화창한 날씨, 맑은 공기, 으로 싱그러운 봄이었습니다
 
 서울공항 옆 탄천에는 팔뚝 아니 표현이 부족하군요. 거짓말 좀 보태어 어른 허벅다리만한 잉어들이 떼를 지어 올라가며 장난을 치고 있더군요.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자기 몸통보다 물이 얕은 곳은 옆으로 누운 채 꼬리를 아래위로 퍼덕이며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무릎 정도의 깊이에서는 떼를 지어 쉬고 있기도 하고, 먹이 하나를 발견하면 서로 먹으려고 머리를 들이대며 싸워 물보라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막내딸은 한 마리 잡아 보겠다며 내 모자를 뺏어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뜁니다.
아마 지난해 여름 계곡에 놀러 갔다가 잡은 송사리쯤으로 생각했나 봅니다. 해마다 여름휴가 때면 강이나 계곡에 투망이나 파리 낚시로 고기 잡으러 잘 가거든요. 매운탕도 해먹고 튀김도 해 먹곤 했었지요.
 
 어릴 때 고향 황강에서 고기 잡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여름 방학 때, 친구들과 소 풀 먹이려 산에 가면, 소는 고삐를 뿔에 동동 감아 매고 엉덩이를 철썩 쳐서 산으로 보내버립니다. 그리곤 애들끼리 강에 들어가 멱도 감고 고기도 잡고 놀았지요.
 마땅한 도구가 없어 손으로 잡기도 했었지만 어린 애들이 고기 몰이를 해 주면 좀 큰 애들은 몽둥이를 들고 기다리다가 물을 쳐서 기절한 고기들을 줍기도 했었습니다.
 
생각했습니다. 아니 고민했습니다.
옆으로 누워 헤엄치는 놈은 내려가서 얼른 주우면 되는데.
몽둥이로 두 방만 내려치면 몇 마리는 건질 텐데.
어디 투망 없나?
하지만 구경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ㅠㅠ
 
 한참을 뛰어다니던 막내딸이 지쳤는지 잉어한테 통 사정을 합니다
"고기야 한 마리만 잡을게. 제발 이리 좀 와, ?"
 
  결국, 한 참을 뛰다가 배가 고파 포기하고 태평동으로 들어가 동동주 한 사발에 순댓국 한 그릇씩 먹고 쉬엄쉬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만 잉어를 잡지 못한 아쉬움은 정말 가시지 않았습니다
 
"한밤중에 다시 나가서 잡아볼까? 양재천에도 많은데."
 
막내딸의 애처로운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아 잠을 못 이룹니다. 
"잉어야, 한 마리만 잡을게, 제발 이리 좀 와, ?"

문경자   13-12-27 17:19
    
이창원선생님 처음 뵙겠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딸과 잉어를 잡으며
즐거워 하는 모습 잘 그려 주었습니다.
지난 봄인지 올해 있었던 일인지를 명확하게
해주시면 독자들이 이해 하는데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저도 오랫만에 휴일이라서' 라는 글에서 보면
'저도'는 빼도 무방할것 같습니다.
선생님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음 글 기대됩니다.
이창원   13-12-27 18:46
    
그렇군요^^

고치다보니...장고 끝에 악수 나왔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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