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기타그룹 >  수필공모
  쉬는 날^^    
글쓴이 : 이창원    14-06-15 22:50    조회 : 9,772
배탈의 후유증으로 기운이 없어 자전거 타러 가지도 못하고 아침부터 뒹굴 거립니다. 다다음 주면 자전거타고 속초 회 먹으러 가는 날인데 제가 생각해도 무리일 것 같습니다. 속절없이 천장만 쳐다 봅니다.
 
 어제 금요일 저녁 성당 레지오 모임 갔다가 4년, 7년 전 모임에서 탈퇴한 옛 단원들이 두 명이나 복귀하여 같이 술 한잔 했습니다만 저는 맥주를 병아리 눈물만큼만 마셨습니다. 성당 레지오란 성당에서 영세를 받은 사람들이 매 주 한 번씩 모여 기도하는 모임입니다. 성당에선 신자들이 술 먹는 것을 금하지는 않기에 가끔 회합 끝나면 한 잔씩하곤 하는데 보통 11시 경이면 일어 섭니다.
 
 오전 열 시경, 학원가는 막내딸이 오후에 제빵제과 재료 사달라고 합니다. 3시 반 학원 끝나면 성당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한 후 막내딸은 학원으로 가고, 저는 성당으로 가서 장구 연습을 합니다. 요즘 '삼도사물'을 연습하는데 가락보 외우기가 만만찮습니다. 사물놀이 고수님들은 단순 가락만 치면 재미없다고 온갖 어려운 가락들을 다 모아 놓은 것이 삼도사물 가락입니다. 초보는 ‘영남농악’, 중급은 경기지방의 ‘웃다리’, 상급은 영남, 호남, 경기 지방의 풍물 중 중요한 가락들만 모아서 만들어 놓은 ‘삼도사물’을 배우는 게 이 동네 관행이지요. 꽹과리나 장구 치는 속도도 빨라야 하니 오로지 연습만이 지름길입니다.
 
 세 시간 넘게 연습을 한 후 성당으로 온 막내딸을 만나 대치동에 있는 제과제빵 기구 등을 파는 가게로 갔습니다. 막내딸이 필요한 건 스승의 날 담임선생님께 구워 드릴 제과제빵 재료들과 포장 용지입니다. 과자 밑에 놓을 종이, 무슨 보자기 같은 것도 모두 이름이 프랑스어로 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빵이나 과자 이름을 잘 알지도 못하는 저는 그저 물건 사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계산하고 빨리 집에 갈 생각뿐입니다. 막내딸은 주인에게 이거저거 가격 물어보며 고민을 하기에 뭘 사느냐고 물었더니 과자 밑에 까는 종잇값이 너무 비싸다는 겁니다. 신문지에 싸면 안 되느냐고 했더니 주인과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한바탕 웃어 제쳤고, 막내딸은 홍당무가 되었습니다만 그 바람에 흥정이 쉽게 되었습니다. 주인이 좀 싸게 해 준 모양입니다. 조개처럼 생긴 빵틀도 선물로 하나 얻었구요.
나머지 재료들은 가락시장 마트에 가서 샀습니다. 여기는 대형 할인점 보다 20~40% 쌉니다. 아는 사람들은 대형 할인점 안갑니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큰 사위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집안 청소 중 아파트 천장 배관 파이프 있는 곳에서 쥐똥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사위가 제일 무서워하는 동물이 ‘쥐’라면서 저보고 쥐똥 좀 치워줄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저도 세상에서 쥐가 제일 무섭습니다. 하지만 정말 무섭다고 엄살 부리는 큰 사위를 안 도와줄 수가 없습니다. 만약 큰딸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온갖 소리 다 하면서 자기 집에는 무섭고 더러워 죽어도 안 갈 테니까요. 다 치울 때까지 우리 집에 눌러앉아 있을 것이 눈에 훤히 보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큰딸이 가끔 부리는 신경질과 제 엄마와 티각대는 소리는 들어 본 사람만이 그 고충을 압니다. 막내딸은 이런 큰 언니를 '신경질쟁이'라 하여 작은 언니보다 쪼끔 덜 좋아합니다.
 
 막내딸을 집에 데려다 주고 다시 100여 미터 떨어진 사위네로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천장 배관구 안에서 쥐똥 냄새가 심하게 나고 있었습니다. 겨우 머리를 들이밀어 살펴보니 거기는 바로 쥐들의 화장실이었습니다. 기겁하는 사위는 저 멀리서 구경만 하고 할 수 없이 제가 바짝 마른 쥐똥을 하나하나 줍기도 하고 쓸어 내기도 합니다. 천장 배관구 구멍이 너무 작아 머리를 먼저 넣은 다음 팔을 넣어야 합니다. 어두워 플랫시를 켜야 했으며 냄새가 지독하여 수건으로 코를 싸매고 숨을 참아가며 조금씩, 조금씩 치웠습니다. 구석구석 멀리까지 흩어져 있어 치우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습니다. 스티로폼으로 쥐구멍까지 꼼꼼히 막고 나니 무려 두 시간 동안 밥 세 공기 이상 쓸어낸 듯합니다.
 
 땀이 범벅되었습니다만 페스트가 염려되어 얼굴을 닦지도 못합니다. 이러다 혹시?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만, 아파도 내가 아픈 게 낫지 하며 마지막 걸레질까지 깔끔하게 마쳤습니다.
 
 사위랑 약속을 합니다. 큰딸한테는 이런 사실 절대 비밀이라고. 사위도 흔쾌히 동의를 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때수건으로 온몸을 빡빡 씻은 후 피우는 담배 맛은 찝찝했습니다만 뒤따라 저녁 먹으러 온 사위랑 마시는 쏘맥은 정말 시원하고 맛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손자랑 대공원에 놀러 갔다 온 큰딸은 쫑알쫑알 재잘재잘거리다  저녁 잘 먹고 무사히 집으로 갔습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임도순   14-06-17 13:42
    
안녕하세요~글을 잘 읽었습니다. 이곳은 "누구나 참여광장"수필공모 구간입니다. 선생님도 등단하시어, 어엿한 작가공간을 만들어 보십시요. 언제까지나 이 공간에서 글쓰기 하시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글은 일기투의 글로서 미래 선생님의 고유공간에나 있음직하거나, 매주(?)발간한 성당주보에 실릴만한 글입니다. 글이 재미있고, 상황표현이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허나, 2%가 부족한 듯 어딘가가 미흡합니다. "주제의식?"에서 일까요? 아니면 어디일까요?

저는 여기에서 "주어"를 "사위"로 대체해 봅니다. "주어"만 바꿨지 "내용"은 바뀌지 않습니다. 장인과 사위사이의 연륜에 대한 차이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작가만의 독특한 개성은 물론이고, "왜 아파트 천장배관 파이프에 쥐똥이 있는지?"-일반 아파트에는 그게 없거든요. "왜 쥐가 제일 무서운 동물"인지 -동물의 왕국에 치명적인 독을 가진 동물 5가지 등이 있거든요- 무슨 사연이 있을 것같은데요. 이게 없거든요. 이런 사연을 쓰고 안쓰고는 글쓴이의 마음이지만, 누군가에게 이글을 읽히게 하시려면 읽는 독자의 편의를 생각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자연히 노후한 아파트 시설이라든지, 쥐에 대한 끔찍한 사연들이 등장하겠지요. 페스트관련 알고싶다면, 인터넷이나 다른 자료를 첨부하기도 하겠지요. 소재에 대한 준비가 많고, 자료가 풍부할 수록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선생님을 대신할만한 대표 글을 잘 가다듬어 등단에 이르시길 기대합니다.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이창원   14-06-17 22:14
    
그렇군요...
사실 상황 설명이 길어지면 잔소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 걱정되더군요.

등단은 아직 실력이 미천해서......꿈은 꾸고 있습니다^^
 
   

이창원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26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수필 응모하는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6) 웹지기 05-15 80264
26 첫사랑 순님이 이창원 07-06 6744
25 하느님의 선물 이창원 04-13 7013
24 첫사랑? 이창원 04-02 6888
23 세상 참 얄궂다 (2) 이창원 09-16 9197
22 청국장 레시피 (2) 이창원 07-03 9557
21 라이딩 초보 (1) 이창원 06-18 9753
20 쉬는 날(수정) (2) 이창원 06-17 10110
19 쉬는 날^^ (2) 이창원 06-15 9773
18 TV는 바보 상자 (2) 이창원 06-10 10090
17 노래 맛이 안 난다 (2) 이창원 06-03 10500
16 구름같은 인생^^ (2) 이창원 05-29 10532
15 무전여행 대학생과 담임 선생님 (7) 이창원 02-04 9904
14 은성이와의 약속(수정본) (2) 이창원 02-02 9577
13 이 많은 고추를 어찌할꼬(수정본) (2) 이창원 02-02 9676
12 내가 군침을 흘리는 이유(수정본) 이창원 02-02 8072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