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서 할인점에 들려 소고기 앞다리 살 360g짜리 한 팩과 두부 한 모, 음식물 쓰레기 봉투 제일 적은 것 한 묶음, 그리고 달걀 한 판을 샀습니다. 달걀은 아침 출근이 급할 때 먹을 겁니다. 무는 너무 커서 고민하다가 집에 남겨 둔 콜라비 생각이 나서 포기했습니다. 무나 콜라비나 같은 거고 술은 먹다 남은 게 있으니까요. 계산을 마치니 계산대 여직원이 싱긋 웃습니다. 나도 따라 씨익 웃어 줍니다. 다 큰 남자 혼자서 시장보는 모습이 흐뭇한 모양입니다.
오늘은 전북에 사는 지인이 보내 준 청국장으로 맛있는 요리를 할까 합니다.
먼저, 뚝배기에 들기름을 한 숟갈 두르고 소고기를 쏟아 넣었습니다. 아차 이런, 양이 너무 많아 뚝배기에 가득 찹니다. 이러면 다른 재료를 넣을 수가 없습니다. 얼른 절반 정도를 건져 냅니다. 콜라비를 찾으니 없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할 수 없이 무김치를 꺼내 나박썰기를 합니다. 아직 덜 익었으니 시원한 무 맛을 내겠지 스스로 위로합니다. 살살 볶아 줍니다. 그러다가 물을 붓고 묵은지 김치를 넣고, 청국장 남은 것 절반 정도를 넣어 끓입니다. 한 봉지에서 두 번끓여 먹고 남은 것 중에서 절반입니다. 남은 건 다음에 또 한 번 더 끓여 먹을 분량이라 생각하고요.
어느 정도 끓자 두부를 한 모 썰어 넣었습니다. 남겨 봤자 못 먹고 버릴 게 분명하기 때문에 다 넣어 버립니다. 이런, 뚝배기에 넘칩니다. 순간 재치를 발휘하여 재빨리 큰 냄비로 옮겨 담았습니다. 썰어 놓은 두부 모두를 넣어도 괜찮습니다. 냄비에 가득 찼습니다. 계속 끓입니다. 맛을 봅니다. 너무 짭니다. 다시 물을 조금 부어 줍니다. 하긴 내용물이 너무 많아 국물이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물 넣어 주고 또 끓입니다. 두부가 부풀어 오를 때쯤 간을 보니 좀 싱겁네요.
그냥 먹기로 합니다. 전 싱거운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양이 너무 많습니다. 음식 할 때마다 제가 겪는 고충입니다. 양 조절을 못 하거든요.
묵은지 김치와 쪽파 절인 것, 양파 김치, 김을 꺼내 놓습니다. 저는 김치찌개를 먹어도 따로 묵은지 김치가 있어야 밥을 먹습니다. 익지 않은 생김치는 못 먹습니다.
일단 소주를 머그컵에 반 잔 정도 따라 놓고 두부만 건져 먹습니다. 김을 싸 먹을 재주가 없습니다. 이 김도 내용년수가 다 되어 얼른 먹어 치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도 그냥 집어 먹습니다. 뉴스 보면서 홀짝홀짝, 후르릅 먹다 보니 배가 부릅니다. 두부 한 모를 다 먹을 수가 없습니다. 밥은 아예 포기합니다. 영양가 많은 걸로 먹었으니 밥 안 먹어도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합니다. 오늘 끓인 청국장은 앞으로 네댓 번은 더 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아마 다음 주까지 가겠지요. 여러분도 따라 해 보세요.
맛은 생각지 마시구요.
그런데 오늘 저녁밥은 안 먹은 걸까요? 못 먹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