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침을 흘리는 이유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혼자 집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있을 큰 사위를 불러 양재천으로 걷기운동 하러 나갔다. 맑은 하늘에 햇볕이 좋았지만 찬바람이 매섭다. 모자와 장갑, 그리고 옷을 단단히 입었는지라 코끝은 시리지만 빠르게 걸으니 금방 몸이 더워진다. 강가의 갈대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한 떼의 참새들이 후루룩 날아간다.
강에는 주먹만 한 예닐곱 마리의 귀여운 새끼오리들이 한가로이 놀다가 사람이 다가가니 풀 속으로 숨어 버린다. 한 무리의 비둘기들이 길에 앉아 먹이를 주워 먹고 있다. 요즘 비둘기들은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은커녕 먹이를 얻어먹기 위해서인지 날아가지도 않는다.
어릴 때 시골에서 아버지와 참새 잡던 생각이 난다. 아버지는 취미로 사냥을 자주 다니셨는데 호랑이를 잡은 적도 있었고, 노루, 산돼지, 토끼, 꿩, 오리 등을 참 많이 잡아먹었었다. 큰 형, 작은 형뿐만 아니라 나도 사냥을 참 많이도 했었다. 고등학교 시절, 엄마는 반찬이 없으면 새벽 잠 자는 아들들 중 아무나 깨워 뒷산 가서 꿩 한 마리 잡아 오라고 엽총을 들려 내 보내기도 하셨다.
벼가 누렇게 익어가던 가을 저녁때면 아버지는 아들들을 데리고 자주 참새 잡으러 가곤 하셨다. 저녁 해질 무렵, 들판에서 벼 이삭을 먹던 참새들이 모두 대나무 숲으로 모여들면 대나무 밭은 그야말로 참새들의 지저귐에 귀가 따가웠고 비둘기도 질세라 같은 숲에 잠자리를 찾아 들곤 했다. 아버지가 대나무 숲 근처에서 엽총을 한 방 쏘면 참새들이 우수수 떨어지곤 했다. 실탄에 맞아 떨어지는 놈, 놀라서 떨어지는 놈, 옆 친구가 떨어지니 덩달아 같이 떨어지는 놈 등 비 오듯 떨어지는 참새들을 구경나온 동네 아이들과 같이 얼른 숲속으로 뛰어 들어가 망태기에 주워 담았다. 조금 늦어지면 정신 차린 참새들이 다시 날아가 버리니 재빠르게 주워 담아야만 했었다.
저녁엔 으레 참새구이를 해 먹었었는데 껍질을 벗기고 굵은 소금과 함께 숯불에 구워 머리까지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으면 그 맛이 정말 일품이다. 발갛고 매끈하게 들어난 가슴살은 또 어떤가. 뼈도 강하지를 않아 버릴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옛날 포장마차에서는 참새구이를 참 많이도 팔았었는데 어느 새인가 메추리구이로 바뀌더니 요즘은 그마저도 구경할 수가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큰형네로 설 쇠러 가곤 했었는데 동생의 산탄총을 가지고 같이 비둘기 사냥을 간적이 있었다. 요즘 같은 겨울철이면 산비둘기들이 들판으로 내려와 보리밭을 파 해치던지 추수 끝난 논에서 벼 이삭을 주워 먹든지 한다. 또 전깃줄에 앉아 저물어 가는 겨울 저녁 해를 보며 상념에 잠겨 있는 놈들을 노린 것이다.
동생은 요즘 시골 인심이 워낙 야박해서 총을 들고 사냥을 하면 금방 지서에 신고를 해 버린다며 동네 한 복판으로는 절대 들어가지 말고 주민들의 눈에도 띄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우린 차를 타고 천천히 농로를 지나 가다가 보리밭에서 먹이를 주워 먹고 있는 비둘기를 보면 차 안에서 총을 쏘곤 했다. 또 전깃줄에 앉아 노는 비둘기 보고도 한 방 쏘고, 너무 멀면 밭두렁에 몸을 숨기고 살살 기어 가 얼른 한방 쏘고 주워 오곤 했다.
참새만큼 오도독 씹는 맛은 없지만 비둘기 숯불구이도 별미이다. 산책길 후루룩 날아가는 참새들과 발아래 날아온 비둘기떼를 보고 내가 침을 흘리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