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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많은 고추를 어찌할꼬.    
글쓴이 : 이창원    13-12-31 14:55    조회 : 10,334
주말농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뒷산 텃밭에서 풋고추를 엄청나게 많이 땄다.
모두 열 다섯포기 밖에 안되지만  수확을 하지 않고 그냥 썩게 놔 둘 수도 없어 매 주 한 번씩 수확을 하곤 한다.
이번 주말 텃밭에 가면 또 두세 봉지 정도 따 와야 한다.
 
 이놈들은 왜 이리 빨리 자라는지 주말마다 수확하지 않으면  너무 크게 자라고 껍질이 딱딱해져 먹기에도
불편할 뿐만 아니라, 벌레 먹고 썩어 떨어지는 놈, 빨간색으로 변하는 놈들도 있어 마지못해 매 주 수거를
해 와야만 한다.
 
 가지도 양이 많아 집사람이 그만 따오라고 소리쳐도 기름에 데쳐 먹으면 우선 맵지를 않으니 많이 먹을 수 있고 보라색 건강 생각하면 지겹더라도 소화가 가능한데 고추는 영 줄어들지를 않는다.
 
 지난봄, 텃밭에 매운 청양고추 5포기, 안 매운 고추 10포기, 가지 15포기를 각종 채소랑 같이 심었었는데
아직도 죽지 않는 고추가 이젠 원망스럽기도 하다.
채소 심은 곳은 이미 김장배추와 무로 바뀌었지만 죽지 않는 가지와 고추는 아직도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
고 있다.
 
 내가 얻은 텃밭은 본디 논이었으나 지금은 밭으로 이용하고 있다.
예년엔 여름 장마철이 지나고 나면 물 빠짐이 좋지 않아 고추는 다 죽어 나갔었는데 올해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아 살아 있는 모양이라며 이웃 텃밭 꾼들과 얘기하곤 한다. 과일도 올해는 풍작이라고 하더니 내 밭의 고추도 풍작이다
 
 십몇 년 전 창원에서 살 때, 마산 모 성당의 신부님이 겨울에도 고추를 화분에 심어 기르고 계셨다. 원래
고추는 열대지방 다년생 작물이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겨울 추위 때문에 얼어 죽는다는 것이다. 실험하시
는 것인지 따뜻한 방에 옮겨 놓고 키우고 계셨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 후의 일은 듣지를 못했다
 
 친구 중 식당에 가면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고추 끝을 잡고 뭉툭한 꼭지부터 베어 먹고는 고추 끝을 그
냥 버리는 놈이 있었다. 농약을 치면 약물이 고추 끝에 방울방울 매달려 있으니 농약 성분이 더 많이 있을
거라는 게 이유였다. 우린 별놈 다 있다고 무시하긴 했었지만, 고추에 농약 많이 친다는 얘기를 듣고 마
음이 편치 않았다.
 
 어느 식당에서 매운 고추가 나왔기에 조금씩 베어 먹을 작정으로 먹기 좋게 작게 잘라 달랬더니 그렇게 잘라 버리면 먹다 남은 고추는 재활용을 못 한다는 말에, 그 후  어쩌다 한 번 베어 먹은 고추는 매워도 끝까지 다 먹어 버리는 버릇이 생겼다.
 
 어느 해 쌀쌀한 늦가을,  직원들과 같이 깻잎 농사를 짓는 비닐하우스 농가에 농촌일손 돕기를 갔었는데 모두 다 하우스 안에서 5분을 버티지 못하고 뛰쳐 나왔다.
주인 보기가 미안해서 '이놈들이 일하기 싫어서 그런다'며 핀잔을 준 다음 내가 들어가 봤더니 눈에 보이는 광경에 기절할 지경이었다.
 
세상에!
깻잎이 농약을 먹어 초록색이 아니라 거의 모두 하얀색이었다. 하얀 분말가루가 깻잎을 두텁게 덮어 본래의 초록색깔은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었던 것이다.
 
 새하얀 농약을 먹은 깻잎을 바람도 통하지 않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한 잎 한 잎 따려니 그 고충이 말로 표현 못 할 지경이었다. 나 역시도 농약 냄새 때문에 숨쉬기가 어렵고 눈이 따가워 얼마 버티지 못하고 튀어 나와 버렸다. 
 
 그 이후로 횟집, 특히 겨울에 가면 깻잎을 먹지 않는다. 겨울 횟집에서 나오는 벌레 먹지 않은, 모양 좋은 깻잎은 그 재배 과정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텃밭에서 수확한 고추가 양문 냉장고, 김치 냉장고, 냉동겸용 냉장고에 가득하고 아직 못 들어간 놈들은 식탁 근처 바닥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아마 커다란 비료 포대에 담으면 한 포대는 훨씬 넘을 거다. 이놈들이야 말로 농약 근처에도 안 가본 놈들이라 열심히 이웃들에게 나눠 줘 보지만 이웃도 귀찮아하는 것 같아 이제는 주기도 미안하다.
 
 매 끼니 풋고추를 열심히 먹어 보지만 한계가 있다. 잘해야 서너 개 정도 먹고 주말에 또 한 봉지 수확해오니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만 간다. 그러다가 정말 매운 청양고추라도 한 입 먹게 되면 며칠은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간장 장아찌도  담아 놓고 끼니 때 마다 열심히 땀 흘려 가며 먹고 있지만 이 또한 줄어들 기색이 없다.
그렇다고 고추를 말려 김장용으로 쓰기에는 양이 턱없이 적을 뿐만 아니라 태양초를 만들려고 해도 일단 쪄서 말려야 한다니 하는 방법도 모르거니와 도시 아파트에서는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다.
 
 지지난 주 부모님 제사 때 시골 큰 형수는 풋고추를 말린 다음 기름에 튀겨 놓아 참 맛있게, 많이 먹었었는데 우리 집사람은 누가 맛있는 것 만들어 놓으면 먹기만 좋아 할 뿐이지 만들기는 잘 못하는 것 같다
별 수 없이 직장때문에 주중 나 혼자 사는 자취방으로 가져와 한꺼번에 많이 먹는 방법을 궁리해 보지만 뾰족한 수가 없고 냉장고 안에서 말라만 가고 있다.
 
이 많은 고추를 어찌할꼬.

임정화   14-01-02 10:25
    
안녕하세요, 이창원 선생님.
텃밭에서 부식거리나 마련하실 요량으로 소박하게 고추농사를 지으신 모양인데
기대보다 풍작이 되어 골칫거리를 앓으신 모양이네요. 아주 재미있습니다.^^
양념으로 들어간 이야기가 신부님의 고추 화분, 식당의 반찬풋고추, 농약 깻잎 등인데
신부님 이야기는 그 결말을 알 수 없으니 아쉽고, 식당 내용도 많은 고추 농사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듯 보입니다. 그리고 농약 깻잎 이야기는 따로 떼어놓지 마시고 그 어렵다는 무농약 고추 농사를 지으신 체험과 연결시켜 비중있게 다뤄보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말미에 나오는 큰형수의 고추반찬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아내 되시는 분이 고추반찬에 공을 들여 이 많은 고추를 해결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익살 섞인 골계로 다루시면 또 어떨까요.
아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새해에도 재미있는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이창원   14-01-02 17:33
    
그렇군요...글을 쓰면서도 관계가 없는데 쓸까말까 했었습니다^^
다시 수정해 보겟습니다^^
감사합니다^^
문경자   14-01-02 15:50
    
논을  밭으로 일궈 고추를 심은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꽤많이 심으셨네요.
아내 되시는 분은 고추 요리를 못하시는 것이 아니고
고추가 너무 많아 귀찮아 하시지는 것은 아닌지요.
그런 맘도 넣어 쓰시면 더 좋은 내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새해에도 재미있는 글 기대해 봅니다.
     
이창원   14-01-02 17:35
    
ㅎㅎ 예^^ 귀찮아서 죽을 표정을 다 짓더라구요^^
제발 그만 따오라고....근데 계속 열리니 저도 어쩔 수가 없었구요^^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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