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살구나무가 10여 주 있는데 오늘 보니 벌써 노랗게 익어 가고
있다. 그중에 빨리 익은 놈은 땅에 떨어진 충격으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흙이 묻은 껍질을 살살 닦아내고 속살만 맛을 보니 신맛은커녕 새콤달콤 맛있기만 하
다.
나무를 흔들어 좀 더 따 먹을까 했지만, 아직 덜 익은 놈이 많아 참아야만 했다
덜 익은 매실을 먹으면 산이 많아 치아를 상하게 한다 했고 또 두 놈은 너무 닮았으니
괜스레 겁이 났던 까닭이다
살구는 복숭아와 마찬가지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한테 좋다고 들은 적이 있다. 간에 좋은 헤
모글로빈 재생능력이 뛰어나고 다른 오렌지 색 채소나 과일과 마찬가지로 베타카로틴을 고
농도로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담배 자주 피울 때 생기는 폐암, 췌장암뿐만 아니라 기침, 만
성 기관지염, 변비 등에도 좋고 특히 여성 피부 관리에도 좋다고 한다.
여성들은 살구 속살을 빼내 밀가루와 꿀을 넣어 혼합한 뒤 얼굴에 발라 마사지 팩으로 사
용한다고도 들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식초로 만들어 먹는다고도 들었다
매실과 효능이 비슷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두 놈은 생긴 것만으로도 정말 닮아서 먹
어보지 않고는 구별하기 어렵다
나무 주간(主幹)이나 가지, 이파리들도 어쩜 그리 매실나무와 똑같이 생겼는지 내 눈으로
는 정말 구별하기 어렵다
지난 2월 시골 형님댁을 들렸더니 산소 옆에 매실을 심었는데 아직 약을 쳐 주지 못해 걱
정을 하고 계셨다. 매화나무는 이미 사람의 키보다 두 배로 훨씬 컸는데 조그만 분무기로
상층부까지 약을 치려니 약제가 미치지 못하여 미루고 계셨다
매화 꽃이 봄에 일찍 피기는 하지만 아직 꽃도, 꽃 눈도 나오지 않은 2월에 벌써 농약이
라니..
그 곱고 예쁜 봄의 전령사가 피기도 전에 벌써 농약을 흠뻑 먹고 나온다는 것은 참으로 아
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후에 우리 아파트 관리실에서 잘 익어 가는 살구나무에 소독한다고 한다.
벌써 여름인 양 더운 날씨가 이어지니 모기도 많아지고 나무에는 송충이 비슷한 벌레들이
많이 생겨 소독을 아니할 수도 없는 노릇이리라
또한 관리소 입장에서는 나무를 살펴 해충이 많이 생기면 모든 나무에 똑같이 방역해야
하겠지만 한참 잘 익어가는 살구나무에까지 농약을 뿌리는 행위는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몇 해 전 친구에게 들은 얘기가 있다. 길거리에서 할머니들이 파는 채소류는 빨리 시들지
말라고 온실에서 채소를 따낸 뒤 바로 농약을 쳐서 파는 거란다.
채소를 사 먹으려면 큰 마트나 가락시장을 통해서 나오는 채소를 사 먹으라고.
가락시장이나 큰 마트에서는 정기적으로 납품 채소에 대해 농약 검출을 위한 표본 검사를
하니 그나마 안심이라고. 잔류 농약은 약 7일을 간다고 했던가.
아무리 벌레가 좀 생기더라도 그렇지 한창 잘 익어가며 바로 애들 입으로 들어가는 살구에
농약을 뿌리다니.
이제 살구나무에 농약을 치면 한동안 못 주워 먹으니 글 그만 쓰고 나가서 잘 익은 살구
나 다시 맛봐야겠다
2012. 6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