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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텃밭    
글쓴이 : 강대식    14-06-02 10:45    조회 : 7,494
빗방울이 더디게 떨어지는 아침은 밭일을 하기에 좋은 날씨이다.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온지 벌써 7년째 접어들었는데 아직도 주말이 되면 할 일이 많다. 나무를 전지하고, 화단에 꽃을 심거나 옮기고, 잔디가 올라오지 않은 곳에는 잔디를 심고 작은 텃밭도 가꾸어야 한다. 아내도 휴일이 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오늘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조목조목 일러준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전원생활은 부단한 땀방울을 흘리지 않고서는 맛볼 수 없는 과실이다. 그래서 나는 전원주택의 삶을 물 위에서는 우아한 몸짓으로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물위에 떠 있기 위하여 쉬지 않고 발을 놀려야 하는 백조의 일상과 같다고 생각한다.
셀러리 맨(salaryman)의 행복은 주말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편하게 집에서 쉬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호사(好事)를 누리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다. 오늘도 아내는 일찍 나를 깨우며 텃밭에 야채를 심자고 한다. 순간 나는 이불을 끌어당기며 잠든 척 반응을 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또 일을 시키려고 작정하고 있구나 하면서.... 그러나 아내는 빨리 일어나라고 방안으로 들어와 재촉하며 불을 켠다. 환한 형광등 불빛이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내며 쏟아져 들어온다. 화를 낼 수도 없고 투덜대며 일어나 식탁으로 갔다. 눈앞에 펼쳐진 아침 식탁이 너무나 초라해 보여 일부러 아내에게 반찬투정을 해 보았지만 웬일인지 눈썹하나 까닥하지 않고 내 투정을 무시한다. 투정을 빙자하여 일을 하지 않으려는 내 의도를 알아차린 것처럼 아내는 당당하다. 아내의 기세에 눌려 몇 숟가락 밥을 떠먹고 조용히 일어나 집 앞 텃밭으로 갔다.
면적이 530밖에 되지 않는 조그마한 텃밭은 메마른 먼지만을 날리며 썰렁하게 비어 있다. 농부들이 보면 손바닥 만 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셀러리맨인 초보 농사꾼에게는 너무나 넓은 밭이어서 한숨이 먼저 나왔다. 어제 이웃집 곽 사장이 트랙터를 가져와 잘 갈아 놓았기 때문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밭고랑을 만들고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마저도 내 능력으로는 힘겹게 느껴진다. 삽으로 고량을 만들고 쇠스랑을 가져와 골을 타고 돌멩이를 골라내는 작업을 했을 뿐인데도 이마에서는 구슬처럼 굵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떨어졌다.
작년에는 이 텃밭에 고구마와 수박, 참외, 토마토, 오이를 심었었다. 고구마는 고향집에 갔다가 후배가 기계로 고구마를 심는 것을 구경하다가 고향집 텃밭에 심기 위하여 고구마 싹을 얻어왔었다. “새로운 품종이라 고구마 맛이 좋을 것이라는 말에 고향집 텃밭에 심고 남은 고구마 싹을 가지고와서 심었다. 고구마 심는 요령도 처음으로 어머니에게서 배웠다. 어머니는 고구마를 심을 때는 수직으로 심는 것이 아니라 45도 정도 기울도록 심어야 고구마가 잘 달린다고 알려 주셨다. 그래서인지 지난 해 고구마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수확을 하였다. 고구마를 수확하던 날 싱싱하게 자란 고구마 줄기를 힘겹게 걷어내고 호미로 땅을 파 낼 때마다 줄기줄기 매달려 올라오는 고구마를 보면서 얼마나 신이 났었는지 모른다. 수확한 고구마를 이웃들에게 나누어주었고, 내가 재배한 고구마를 삶아먹던 그 맛은 색다른 감흥과 맛을 선사해 주었었다.
쇠스랑을 집어 던져 놓고 밭둑에 털 푸덕 주저앉아 혹시 아내가 간식이라도 내 올까 고개를 길게 내밀고 기다려보지만 아내의 인기척은 어디에도 없다. 무심한 아내를 탓하며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며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흐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져 화들짝 놀라 일어섰다. 비가 내리기 전에 일을 끝마쳐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밀려오면서 화가 난 아내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밭고랑을 만든 후 풀이 자라지 못하도록 까만 비닐을 씌웠다. 메마른 밭에 비라도 많이 내렸으면 했으나 비는 감질날 정도로 적게 내려 비닐을 씌워 두는 것만으로 작물을 심기에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읍내에 나가 채소 모종을 파는 곳으로 갔다. 갖가지 채소 모종들이 새로운 주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모님이 주문한 고추, 오이, 토마토와 내가 먹고 싶은 참외 모종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비닐을 뚫고 물을 조루로 가져와 흠뻑 쏟아 붓고 채소들을 심었다. 집에 가서 물을 떠와야 하는 것이 힘들다. 고추는 매운 품종을 골라 심었다. 작년에는 고추탄저병이 돌아 제대로 수확도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커서 고추는 한 고랑만 심었다. 토마토는 방울토마토와 큰 토마토 두 개의 품종을 심었다. 큰 토마토는 완숙시켜 먹으면 더 맛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지만 아내는 방울토마토를 선호한다. 엉성하지만 정성을 다하여 사가지고 온 모종을 모두 심었다. 텃밭에 심겨진 채소들을 보니 언제 열매가 달릴까 하는 기대감이 생겨난다. 작은 모종들이 땅의 기운을 받아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것이다.
모종을 모두 심고 보니 시골집 텃밭에는 무엇을 심었는지 궁금하여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낭랑한 목소리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전화음이 경쾌하다. 어머니는 아직 텃밭에 아무것도 심지 않았는데 고추를 심겠다고 하셨다. 다음 주말에는 고향집 텃밭에 고추를 심으러 가야겠다. 90살의 어머니가 혼자서 텃밭에 고추를 모두 심는다는 것은 너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요 텃밭 정도는 아직도 혼자 끄떡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데 바쁜 니가 올 필요가 없다고 성화셨다. 어머니는 아직도 혼자서 텃밭에 감자와 고구마 고추를 심으신다. 그 텃밭에서 수확하는 채소를 언제나 우리 7남매에게 나누어 주셨다. 작은 면적에서 생산되는 채소는 90평생 농사만을 지으셨던 어머니의 농사짓는 노하우와 정성으로 늘 풍성하고 결실이 좋았다. 가만히 어머니의 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머니의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만큼이나 어렵게 인고의 삶을 살아오신 고통이 느껴진다. 그 어머니의 거친 손바닥과 주름진 얼굴의 깊이가 지금의 내가 서있을 위치를 만들어 주셨다. 빨리 일주일이 흘러갔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어머니 텃밭에 고추를 심고 가늘어진 어머니 팔다리라도 주물러드리고 싶다. 40년 전 내가 다쳤을 때 어머니가 해 주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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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순   14-06-03 14:11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텃밭'을 읽고, 나도 이런 텃밭이 있으면 참 쫗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말의 편안한 휴식을 반납하고, 가정의 평화를 위해, 그리고 텃밭가꾸기에 몰두하시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저도 빨리 그런 텃밭을 가졌으면하고 기다려집니다. 
......전반적으로 읽기에 무난하고, 글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선생님도 역시 "첫문장"을 쓰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계신 것같습니다. 첫문장을 한번 보겠습니다.

"빗방울이 더디게 떨어지는 아침은 밭일을 하기에 좋은 날씨이다."는 비문입니다. 이문장에서 우선 "주어"를 찾아봅니다. "아침"이고 서술어는 "날씨이다."입니다. 즉, 간단한 문장골격은 "아침은 날씨이다."입니다. 어색하죠?
여기에 맞추어 단어들을 재배열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글의 길이도 마치 수필로서 읽기 좋을 만큼의 길이(원고지 17장내외)인 16장 정도되는군요. 직장인들에게 전원에서의 경작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생활입니다. 메마른 땅에 빗방울이 떨어져, 푸석푸석한 흙먼지가 일어난 듯 전원의 풀 냄새가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강대식   14-06-13 10:46
    
감사합니다. 아직 수필을 잘 몰라 어리둘절합니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많은 지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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