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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쇄원    
글쓴이 : 강대식    14-06-13 10:47    조회 : 6,470
파란 하늘이 유난히 가을하늘처럼 청명하여 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아침도 생략하고 차에 올라 담양에 도착한 후 소쇄원으로 향했는데 편도1차로의 도로가 주차장처럼 꼼짝을 하지 않았다. 몇 번 다녀본 길이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도로가 정체된 경우를 보지 못했다. 주차장에 도착해서야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소쇄원을 찾아와 주차할 공간이 부족하여 빚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수많은 차량이 소쇄원을 찾은 이례적인 현상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정문에서 티켓을 발급받아 안으로 들어가니 길이 양쪽으로 하늘을 찌를 듯이 왕대나무들이 사열하듯 서있다. 살랑이는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대나무잎의 서걱이는 소리가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대나무밭 속에는 봄의 기운을 머금고 힘차게 올라오는 죽순이 수 없이 빈 공간을 향하여 솟구치려고 용트림하고 있다. 예전에는 대나무도 가는 대가 자라 굵어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대나무는 처음 세상을 향해 어린 촉수를 내밀때부터 성장하였을 때의 몸 만큼 굵게 올라온다. 어린 죽순은 요리재료로도 많이 사용된다. 대나무를 심는 사람들의 마음은 거센 바람이 불어도 부러질지언정 구부리지 않는 군자의 품격을 지닌 곧은 근성도 좋아하지만 음식 재료로 사용할 수 잇기 때문에 울안에 대나무를 심었을지 모른다.
계곡을 따라 조금 오르자 광풍각(光風閣)이 눈에 들어온다. 크지 않은 자그마한 광풍각 위에는 시원한 바람을 즐기려는 듯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도 가만히 광풍각 마루에 누어 보았다. 시원한 바람 한줄기가 불어와 나를 휘감고 지나간다. 시원한 감촉에 눈을 감고 소쇄원을 처음 방문하였을 당시의 시간속으로 돌아갔다.
처음 소쇄원을 방문하던 날은 한여름 소나기가 무섭게 쏟아지던 시간이었다. 세상을 모두 삼킬 듯 하늘에서 쏟아 붓는 빗방울 소리는 지축을 흔들 만큼 우렁차게 들렸다. 고요한 숲속의 정자 위로 줄기차게 쏟아져 내리는 빗방울이 오히려 마음 한곳에 두려운 기운을 밀어 넣었다. 계곡을 따라 쏟아져 나가는 물줄기는 힘차고 매력적이었으며, 장맛비가 내려서인지 관람객이 없어 마루에 편하게 누웠다. 눅눅한 습기를 머금은 마루위에 몸을 뉘이자 더위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사선으로 나뭇잎을 헤치고 쏟아져 들어오는 빗방울의 모습은 영화속의 한 장면처럼 역동적이었고 마치 내 얼굴위로 밀려들 것처럼 느껴졌다. 빗방울이 얼굴에 떨어질 것 같은 마음에 가만히 눈을 감자 빗방울이 기와를 두드리는 두두둑 거리는 소리가 마치 잔잔한 북소리처럼 울리며 멜로디를 만들어 낸다. 때로는 심장을 멎게 할 정도로 강한 큰 북의 울림이 되었다가 어느새 부드러운 작은북 소리처럼 감미로워지기도 했다. 기와 위로 떨어지는 소리에 맞추어 계곡으로 쏟아져 내리는 물소리도 하나로 어우러져 하모니를 만들고 그 울림은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웅장하게 들렸다. 쏟아지는 빗줄기 소리가 음악의 연주음으로 들리자 두려웠던 마음이 서서히 거치며 평온을 찾아가는 느낌을 받았었다. 다시금 나뭇잎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기울여 보았는데 기와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보다 나뭇잎에 떨어지는 소리가 더 미약하지만 일률적이지 않아 다양한 소리음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작열하는 번갯불을 감싸 안고 다시금 바닥으로 미끄러지듯 흘러내리기를 반복하는 물방울 소리들이 이곳에서 시를 지어 읊즈렸을 선인들의 시구처럼 간결하게 들렸었다. 아마도 이 소쇄원을 건축한 양산보도 내가 느끼는 이 감흥을 즐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념에서 깨어나 몸을 일으켜 제월당(霽月堂)으로 올라갔다. 제월당은 광풍각 위쪽에 지어진 정자로 양산보(梁山甫)가 거처하던 곳이라고 한다. 둥근 돌들로 단을 만들 듯 계단을 쌓은 위쪽에 날렵하게 마루와 방 한 칸으로 지어졌다. 마루는 앞이 탁 트이도록 하였으며 지붕은 타원형의 곡선을 살린 기와로 마무리하였다. 크지도 않고 아담한 사랑채 같은 제월은 비갠 뒤 하늘의 상쾌한 달을 의미한다고 한다. 비정한 세상을 등지고 이곳에 앉아 하늘로 치솟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명월(明月)을 바라보며 시를 읊고 명상을 즐겼을 풍류객(風流客)들의 환담소리와 미소가 그려진다. 마루에 앉아 내려다보니 광풍각을 비롯한 정자와 계곡 저 멀리 산들이 시야로 들어온다. 나도 시인이 된 기분이다. 여기에 앉아 있노라면 저절로 시구가 떠오를 것 같다. 기와의 날렵한 곡선위로 청명한 하늘이 푸르게 빛나고 있다. 그 위에 낮달이라도 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가 온 저녁 무렵 동쪽에 달이 떠야만 제대로 된 풍광을 볼 수 있다는데 잠시 머문 나그네가 과도한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에 쑥스러워졌다.
현대와 같은 중장비가 없던 500년 전 오로지 사람들의 땀과 노동으로 만들었을 이 정원은 세상을 등진 선비에게 어떤 의미였으며, 고된 노동에 시달렸을 노비들에게는 어떤 존재였을까. 신분의 격차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은 분명 달랐을 것이다. 선비에게는 아름다움으로 보였겠지만 고된 노동에 시달렸을 노비에게는 고통으로 다가왔으리라. 곡괭이와 삽을 이용하여 계곡을 다듬고 정자를 짓느라 무거운 나무기둥을 세우던 인부들의 거친 숨소리는 선비들의 풍류가락(風流歌樂)에 묻혀 계곡물 소리로 사라져 갔을 것이다.
다시금 발길을 돌려 소쇄원의 계곡을 따라 내려온다. 생전 이 정원을 사랑했던 양산보는 후손들에게 남에게 팔지도 말고, 어리석은 후손에게 물려주지도 말 것이며, 후손 어느 한 사람의 소유가 되지 않도록 하라는 유훈을 남겼다고 한다. 그 마음속에는 영원토록 이 정원이 많은 시인묵객(詩人墨客)들과 세상을 등진 외로운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기를 원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내 그림자가 몇 배나 크게 길게 늘어져 햇살을 가리고 터벅이는 발걸음에 서산으로 기우는 노을이 연분홍 물감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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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순   14-06-13 14:05
    
안녕하세요? 잘 읽었습니다. 소쇄원 다녀온 감흥을 적으셨군요. 우선, 서정적인 문장들이 많이 있어 읽기에 편했습니다. 앞번, 텃밭에서 처럼 "정원"위주의 글들이 등장하여 기대가 큽니다. 수직으로만 상승하는 도시의 공간이 삭막하다고 합니다. 그런 공간에 수평적이고 원형적인 정원스타일 소재를 선택한 것은 참 신선한 착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수필을 어떻게 써야 할 줄 모른다하셨길래, 마침 이곳 문장에서 발견된 부분과 연결하여 말씀드리려 합니다. "굳이 잘 쓸려고 하시지 말고 솔직하게 쓸 것"입니다.

이글에서는 소쇄원의 정취를 이야기하려다 오히려 사사로운 감정이 범람하고 말았다는 생각입니다. 광풍각에 누워 과거로 빠졌는데, 마치 현재처럼 마음이 동요하는 것까지 다 기억되었거든요. 특별한 감정이 오랫동안 기억될 수도 있겠지만 " 두려웠던 마음이 서서히 거치며 평온을 찾아가는 느낌을 받았었다. 다시금 ~~물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기울여 보았는데 ~~소리보다 ~~소리가 더 미약하지만 일률적이지 않아 다양한 소리음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에서 마치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심리처럼 세세합니다. 

또한, "기와의 날렵한 곡선위로 청명한 하늘이 푸르게 빛나고 있다."이문장은 어색합니다. 지금 광풍각위 제월당에 앉아 있거든요. 발아래 광풍각 지붕이 보였으면 하늘은 없겠지요.  그외 몇군데 사실을 빗긴 듯한 표현이 있어요.

조선중종조 기묘사화로 실각한 조광조의 문하생이었던 소쇄 양산보가 도가적인 생활을 추구하기 위해 1520년 중반에 설립한 소쇄원은 당시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겠지요. 오늘날처럼 훌륭하게 만들기 위에서는 많은 인원이 동원되었을 터인데, 당시 일자리창출이었는지, 무임금노동력 착취였는지는 알아야 하겠죠? 아마 정조때 수원성축성때에도 다 품삯을 주었다는 기록있고, 조광조문하생 정도라면 다 임금을 지불했으리라 생각되요.

이글에서는 소쇄원의 감흥과 서정적인 풍광 중 과거 소쇄원의 연혁과 성격, 현재의 상태, 주요조경수목과 초본류들, 또한 너럭바위와 우물 등 유적에 대한 표현보다는 개인 감정의 변화에 대한 추상적인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한 듯이 보입니다. 글쓴이의 어떤 사연에 대한 공감대를 얻느냐, 아니면 단순한 풍경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느냐에 따라 글의 무게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초청하지 않은 댓글로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 좋은 글 많이 기대합니다. 그럼~~
강대식   14-06-13 17:30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지적해 주신 내용을 기초로 다시 다듬어 보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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