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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즐박이    
글쓴이 : 강대식    14-06-23 11:16    조회 : 6,666
 
 
며칠 전 집 데크 안쪽 에어컨 시래기 위에 놓아두었던 강아지 사료포대를 정리하면서 그 위에 놓여있던 나무 함지박을 들어보다가 깜작 놀랐다. 예기치 못하게 갑자기 함지박 속에서 박새과의 한 종류인 곤줄박이 한마리가 푸드득이며 날아갔기 때문이다. 곤줄박이가 날아가고 난 후 함지박 속을 보니 작으 둥지를 틀었고 알 여섯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곤줄박이 알은 새끼 손톱마디 정도로 작았으며, 표면에는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엷은 갈색의 얼룩무늬가 들어가 있었다. 참새들은 기와지붕 속에 주로 둥지를 짓는데 박새과의 새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장소면 어디든 가리지 않는 것 같다. 나무 위, 기와 틈, 작은 구멍, 인공 조형물 그리고 이렇게 어두운 함지박 속에도 집을 짓는 것을 보면 사람이나 천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 어디든지 둥지를 틀고 번식을 하는 것 같다. 곤줄박이가 지은 둥지는 나뭇가지와 소나무 껍질, 이끼류, 털 등을 종합하여 다양한 재료로 지어진 집이었다. 밖은 굵은 나뭇가지와 소나무 껍질을 이용하여 거칠어 보였으나 그 위에 이끼류를 가져다 덮고 다시 털을 이용하여 마무리를 하였기 때문에 견고하고 부드러웠다.
텃새의 일종인 곤줄박이는 4월부터 7월까지 번식하며 보통 5~8개 정도를 낳는다. 어미가 알을 품은지 약 12일 정도면 부화하고 2주에서 3주 정도 새끼를 키우며 먹이는 곤충이나 거미류, 애벌레 등을 주로 먹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리와 목은 푸른빛이 도는 검정색이고 뺨은 흰색을 띠며, 목에서 배 가운데까지 넥타이 모양의 굵은 검정색 세로띠가 있는데 수컷은 그 선이 더 굵고 뚜렷하며 아름답다.
나는 함지박을 원래 있던 상태로 조용히 내려놓았다. 자칫하면 새가 둥지를 버리고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족들에게 새가 알을 낳았다고 일러 주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함지박을 들어보니 알이 부화하여 여섯 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다. 민둥산처럼 허연 속살이 드러난 새끼 몸 위에 듬성듬성 털이 붙어 있다. 작은 머리에 감긴 눈과 노란 주둥이, 깃털이 없는 날개,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배불뚝이의 몸은 영락없이 못생긴 만화캐릭터 둘리 같다.
그날부터 곤줄박이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시작했었다. 곤줄박이는 일반 참새에 비하여 매우 영리하고 조심성이 많다. 새끼가 부화한 이후 어미새들은 바로 둥지로 들어가는 법이 없었다. 둥지에서 멀리 떨어진 나무 위에서 좌우를 경계한 후 안전하다고 생각되면 데크 모서리에 앉아 다시 좌우를 살펴본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다가 충분하게 안전하다고 느꼈을 때 둥지의 새끼들에게 날아가는데 거의 지면에 닿을 정도로 낮고 날렵한 날개 짓을 하여 둥지의 새끼들에게 먹이를 먹이고는 같은 방법으로 날아간다. 마당에 놓여진 의자를 조금만 가까이 가져다 앉으면 한참을 눈치를 보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가 돌아오기도 한다.
새끼들이 부화한 후 매일 아침 일어나 2시간 정도 어미새와 새끼새들을 관찰하며 사진을 촬영하였다. 다행히 침실 유리창을 통하여 새둥지를 볼 수 있어 카메라를 설치하고 셔터는 무선 리모콘으로 작동하도록 쎗팅(setting)을 하였다. 유리창 뒤 커튼에 숨어 있었기 때문에 어미새가 나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도 없었다. 단지 카메라 셔터가 작동하는 소리에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릴 뿐이다. 그렇게 5일 정도가 지났을 무렵 천둥번개를 동반한 심한 소나기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바람이 불지 않는 상태에서 비가 내린다면 새둥지에 비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지만 바람이 불면 분명 새 둥지에까지 빗방울이 쏟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새끼들이 답답하지 말라고 올려놓았던 함지박을 가져다가 다시 새둥지를 덮어 주었다. 그날 밤 일기예보처럼 하늘에서 마치 장맛비처럼 소낙비가 쏟아져 내렸고, 여기저기 작렬하는 번개의 섬광이 창문 너머로 번쩍였다. 거실에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내 얼굴이 창가에 비치다가도 번개의 섬광에 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기를 반복한다.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을 보면서 새끼들을 위하여 참 좋은 선택을 하였다는 안도감에 젖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카메라를 설치하려고 데크로 나가 카메라를 장치하고 함지박을 들어 올랐다. 그리고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끼 한 마리가 함지박에 눌려 죽어버린 것이다. 처음 새끼를 부화하였을 때 그 상태대로 함지박을 올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함지박의 모서리 부분이 새끼 한 마리를 눌러버린 모양이다. 그냥 놓아두었다면 모두 무사했을 텐데 괜한 짓을 했다는 후회감이 몰려들었다. 자연도 생존의 한 부분이고 그 위험을 헤쳐 나가야 훌륭한 성체가 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인위적으로 새끼들을 보호한다고 한 내 행동이 오히려 새끼 한 마리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죽은 새끼의 사체를 둥지에서 꺼내 옆에 놓았다. 제법 많이 성장한 상태였다. 축 늘어진 작은 머리가 시든 풀처럼 힘이 없다. 나중에 묻어 주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지켜보았다. 잠시 후 아비새가 먹이를 물고 날아와 새끼에게 먹이더니 고개를 갸우뚱 대며 죽은 새끼의 사체로 다가가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아비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아비새는 먹이만 열심히 물어다가 새끼에게 먹이고는 바로 둥지를 떠났고, 어미새처럼 새끼들을 갈무리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죽은 새끼의 사체를 보고는 이리저리 살펴보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보였다. 분명 아비새도 새끼의 죽음은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던 아비새는 새끼의 사체를 물고 날아오르려고 하였다. 그러나 새끼의 사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트렸다가 다시 물기를 반복하더니 힘겹게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이미 죽어버린 새끼의 사체를 둥지 근처에 두는 것은 위생적으로나 다른 천적들에게 위치를 노출시켜 나머지 새끼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딘가로 옮겼을 것이다. 죽은 새끼에 대한 아쉬움과 슬픔도 크겠지만 어쩔 수 없이 나머지 생존해야하는 또 다른 새끼들을 위하여 아비새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야생에서의 힘겨운 종족번식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먹이사냥을 떠났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는 동안 어미새와 아비새는 열심히 먹이를 잡아 새끼들을 키웠다. 작은 애벌레를 잡아오기도 하였지만 새끼들이 먹기에 지나치게 크다고 할 만한 곤충도 있었다. 새끼들이 배설을 하려고 머리를 돌려 엉덩이를 삐쭉 내밀면 어미새는 기다렸다는 듯이 배설물을 물고 날아간다. 아무리 살펴도 다섯 마리 중 어느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는지를 분간하기가 힘들었지만 어미새들은 분명하게 새끼들에게 돌려가면서 먹이를 공급하는 것 같다.
십여일이 지난 아침. 오늘이나 내일쯤 새끼새들이 둥지를 박차고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둥지로 가서 새끼들을 살펴보앗다. 모두 머리를 숙이고 미동조차 하지 않아 그냥 보면 둥지와 새끼들을 분간하기도 힘들었다. 그 중 한 마리를 잡아 올렸다. 그러자 날개를 푸덕이며 버둥거려 아직 조금 더 있어도 되겠다 싶어 둥지에 올려놓았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개를 퍼덕이더니 시래기 틈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둥지 속에 있던 다른 새끼들도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갔다. 다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새끼들은 혼자서 날아 갈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것이다. 대견스럽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였다. 새끼들이 날아가 버리자 먹이를 물고 날아온 어미새가 당황하여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였다. 나는 시래기 틈새에 있던 새끼 한 마리를 다시 꺼내서 내놓자 위글 느꼈음인지 다시 날개 짓을 하더니 10여 미터를 날았다가 땅바닥에 떨어진다. 다치지 않았을까 염려가 되었지만 어디서 날아왔는지 어미새가 날아와 새끼를 독려하며 뒤편 가수원 쪽으로 데리고 사라졌다. 여섯 마리가 부화하여 다섯 마리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여 날아갔으니 그나마 다행인데 너무 어린 새끼들이 나로 인하여 조기에 둥지를 떠나 자연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금년에도 우리 집에서 곤줄박이 가족이 탄생하였다. 탄생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이나 즐겁고 경사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우리 가정에도 복이 많이 생길 것 같다. 더욱이 편안하게 곤즐박이 가족들을 관찰하던 3주간의 기다림의 시간은 아침마다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 되었다. 행복한 마음으로 떠나보내고 난 다시 내년을 기다린다. 6월을 찬란하게 부활시켜줄 성장한 새끼들이 날개 짓을 기대하며.
 
 

임도순   14-06-27 10:59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윗글에서 "시래기"가 나와 농촌에서 말린 무우말랭이 시레기를 말하는 줄 알았습니다. 에어컨 콘덴서인 "실외기"를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더군요. 실외기로 고쳐야 겠습니다.
그리고 "함지박"에 대한 묘사가 아쉽습니다. 뚜껑을 덮은 것인지, 들었다 놓은 것인지, 모서리가 있는 것인지 이해가 잘 안됩니다. 새집이 있는 중요한 공간인 만큼 선명한 묘사가 필요합니다. 

윗글에서 "텃새의 일종인 곤줄박이는 ~~~목은 푸른빛이 도는 검정색이고 뺨은 흰색을 띠며, 목에서 배 가운데까지 넥타이 모양의 굵은 검정색 세로띠가 있는데 수컷은 그 선이 더 굵고 뚜렷하며 아름답다."라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정보입니다. 넥타이모양이 있는 새는 "박새"이고 곤즐박이는 넥타이가 없습니다. 암수구별도 어렵구요.  곤은 "검다"의 다른 말이고, 목에 "줄박이"있다하여 곤즐박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덕분에 우리 주변, 특히 인가에 접근하여 사는 조류 몇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외 맞춤범과 평범하지 않는 환경설정 등 낯선 곳이 있습니다. 문장을 빈틈 없이 완성하시어 발표하셔야 할 것로 보입니다. 그게 글을 읽는 독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강대식   14-06-30 14:46
    
늘 감사합니다.
  잘 수정하여 다시 올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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