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시력 교정수술인 ‘렌즈 치환술’을 받는 동안 아내의 헌신적인 수고가 너무 고맙다. 학원 수업도 있었을 텐데……. 아내가 옆에서 많이 챙겨줘서 편하게 수술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안정되고 평안해서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적었던 것 같다. 사실 40년 동안 한 번도 몸에 칼을 댄 적이 없었기 때문에 수술에 대한 초조함은 어린아이 수준과 같았다. 이 세상의 엄마들은 정말 위대한 것 같다. 특히나 옆에 있는 아내는 존경을 넘어 신봉의 대상이다. “어떻게 아이 셋을 낳았을까?”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 속에서 얼마나 외롭고 두려웠을까?”

솔직히 처음엔 렌즈 치환 술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왜냐하면 신이 주신 자연 수정체를 인공 수정체로 바꾸는 것이기에 왠지 죄스러운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눈은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만의 하나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부원장님의 상담을 듣고 수술을 결정하지 못하고 하루정도 고민하고 말씀드리겠다고 하고 병원 문을 나섰다. 많은 고민과 갈등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가 아내에게 조심스레 “나 수술할까?”하고 말문을 꺼냈다. 그런데 오히려 아내의 대답은 짧고 힘이 있었다. “수술해! 좋을 것 같다.” 이럴 때 보면 아내가 나보다 더 듬직하다. 보통 여자는 큰일에 소심하고 남자가 큰일에 대범하다고 하던데……. 수술을 하라고 말하고선 수술비를 물어봤다. 나는 조금 망설이면서 “오...오백만원인데 좀 비싸지…….?” 아내는 바로 답을 준다. “그럼 천만 원이면 안하려고 했어?” 이러한 아내를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드디어 수술이 시작됐다. 감염을 막기 위해 얼굴과 손을 씻고 수술용 머리 덮개 및 가운을 입었다. 수술을 보조하는 사람들의 부산한 행동에 더욱 긴장이 되었다. 수술을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 좀 길어졌다. 이러한 상황은 아내가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낳기 위해 밟아야 했던 절차보다는 덜 하지만 피를 말리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들어 왔다. 경험이 많은 듯 알아듣지 못할 용어를 주고받으면서 나에게 긴장을 풀고 호흡을 편안히 쉬면된다고 말한다. 젠장! 말이 쉽지......, 수술을 하는 내내 목에서 ‘꿀꺽’하고 마른 침이 연신 넘어갔다.

오른쪽 눈을 먼저 시술해서 왼쪽 눈을 보호하기 위해 패치를 붙이고 오른쪽 눈에 마취 액을 넣었다. 그리고 입을 쫙 벌리듯 눈을 위 아래로 집어서 최대한 수술하기에 편한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엄청 밝은 빛을 집중적으로 퍼 부우면서 수술이 시작됐다.

눈 속의 감각은 없었다. 칼로 째고 수정체를 들어내고 인공 수정체를 다시 집어놓고 하는 과정가운데 나는 ‘욱신’하는 느낌만 들었지 통증은 없었다. 그러나 눈 속의 감각만 없을 뿐이지 수술이 진행 되는 모든 상황은 뇌가 감지하고 있기에 심리적 긴장 상태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수술의 상황은 마치 물밑에서 수면 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는 듯 했다. 눈 주변에 흐르는 피를 닦기 위해 주기적으로 물을 뿌려서 빛의 파장이 굴곡이 되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짐작만 할 수 있는 상황이 계속 되었다. 그리고 눈에 비친 빛과 힘께 수술실의 소리들이 테이프가 늘어진 양 천천히 들려왔다.

“수술 끝났습니다.” 의사의 말이 들려 왔다. 나는 그제야 온 몸의 신경들을 무장해제하고 휴식을 맛볼 수 있었다. 대략 30분의 시간이 흘렀다. 지루한 영화 한편 보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난 듯 했다. 이렇게 나는 다음 날도 똑같은 상황에 놓였다. 첫날보다 둘째 날은 아예 긴장을 넘어서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이미 벌어질 상황을 알기에......,

두 번 다시 하라고 하면 정말 하고 싶지 않는 경험이었다. 아내는 밖에서 수술의 처음과 끝을 모니터링 하면서 끝까지 지켜봤다고 한다. 의료 사고가 생길시 대처하기 위해 약간의 메모와 함께……. 식욕 좋은 아내도 그날은 숟가락을 일찍 내려놓는다.

렌즈 치환술은 3일간 이루어졌다. 첫날은 오른쪽 눈을 하고 그 다음날은 왼쪽 눈 그리고 마지막 날은 수술이 잘 됐는지 시력을 재고 이런저런 검사를 했다. 수술이 잘 됐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이 떨어졌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눈의 패치를 다 떼고 본 사물과의 첫 만남은 감격 그 자체였다. 이제껏 안경과 렌즈 없이 봤던 뿌연 현상이 아닌 선명 하지는 않지만 멀리까지 사물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신체의 일부를 소모하여 갈아 끼워야할 나이가 찾아오는 것은 노화의 과정이기에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순리다. 백내장이 오면 수정체를 갈아야 하고 잇몸이 녹아 없어지면 임플란트를 해야 하며 전정기관의 이상이 생기면 보청기를 해야 하고 무릎에 연골이 다 달아 없어지면 인공 관절로 교체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신체 부품을 하나씩 성능 좋은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 의료 기술의 발달은 끝이 없다. 나는 이제 눈의 수정체 하나를 갈아 끼운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교체해야할 것이 많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며칠 전 아는 형이 운영하는 치과에 들렀다. 내 입안을 살펴보더니“곧 있으면 임플란트 해야겠네, 잇몸이 다 녹았어” 하면서 또 하나의 소모전을 알려왔다.

3일 만에 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눈의 상태가 회복이 된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은 듯 나는 연신 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눈의 회복을 위해 3일간 계속 누워만 있어서 허리도 아프고 엉덩이에 굳은살이 박일 정도다 . 이제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와 밀린 업무에 박차를 가해야겠다. 정말 눈은 구백 량이란 말처럼 눈이 편안하니 맘과 몸도 평온한 듯 행복감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