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타이밍, 그녀의 타이밍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자취방 옆 가게였다.
룸메이트인 대학 후배가 여자 선배를 마중 나간다는 말을 듣고는, 후배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시간 간격을 두고 나도 밖으로 나왔다. 먼발치로 후배와 후배의 선배가 오는 것을 보고서 가게로 들어갔다. 다섯 개들이 라면 한 묶음을 사고는 우연히 만난 것처럼 연출했다.
“어! 인우야! 밥 먹었니? 안 먹었으면 같이 라면 먹을래?”, “어! 근데 옆에 있는 분은 누구….”
“아는 누나야, 캠퍼스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나는 통성명을 하기 위해서 먼저 말을 꺼냈다.
“안녕하세요! 사회 체육학과 김성운입니다.”
“ 아 네…….”
그녀의 답은 이게 전부였다.
“뭐야, 세게 나오는데”
그날 저녁에 인우(룸메이트)에게 그 선배 핸드폰 번호를 알아낸 후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시작한 문자 메시지는 2주 동안 주고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공식적인 첫 만남을 갖게 되었다.
첫 만남의 장소는 건대입구 앞 책방이었다. 그녀는 내 스타일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표정이 시큰둥했다. 그 후에 몇 번의 만남을 가졌다.
어느 날 같이 걷다가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나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당황하여 들고 있던 동전을 그녀에게 건네주고 말았다. 그런데 그 행동이 우스꽝스러웠던지 그녀는 크게 웃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1년 내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서 만남을 계속 이어갔다. 그리고 한 해를 더 보내고, 성경에서 말하듯이 부모를 떠나 둘이 하나가 되었다.
어색한 만남이 싹이 트고 열매를 맺게 되었다. 나중에 안 얘기지만 처음엔 내게 관심이 없었고 인우가 알고 있는 선배 중에 한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했다고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 날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그때 왜 내 손을 잡아줬어?”
아내는 대답했다.
“모르겠어. 그땐 나도 외로웠고 누가 옆에 있어 줬으면 했는데, 오빠가 있었고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그냥 무난했던 것 같아, 만남에는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아”
가끔 아내는 나와 결혼한 것을 후회하는 듯했다. 한 번은 내 방귀 냄새를 맡더니 속아 결혼했다고 말했다.
문화 심리학 교수인 김정운 씨는, 그의 책 <나는 아내와 결혼한 것을 후회한다>에서 ‘나는 아내와 결혼한 것을 가끔 후회한다고 말하면서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다면 더 많이 후회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나는 아내와 결혼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 셋을 낳은 것은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