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자취방 옆 가게였다.
룸메이트인 인우가 여자 선배를 마중 나간다는 말을 듣고는, 시간 간격을 두고 나도 밖으로 나왔다. 먼발치로 인우와 선배가 오는 것을 보고서 가게로 들어갔다. 다섯 개들이 라면 한 묶음을 사고는 잠시 기다렸다가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가게 문을 열고 나왔다. 잠깐 통성명을 한 후 지나갔다. 분위기가 참 좋았다.
그날 저녁에 인우(룸메이트)에게 그 선배 핸드폰 번호를 알아낸 후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시작한 문자 메시지는 2주 동안 주고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공식적인 첫 만남을 갖게 되었다. 첫 만남의 장소는 건대입구 앞 책방이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1년 내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서 만남을 계속 이어갔다. 그리고 한 해를 더 보내고, 성경에서 말하듯이 부모를 떠나 둘이 하나가 되었다.
나중에 안 얘기지만 처음엔 내게 관심이 없었고 인우가 알고 있는 선배 중에 한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했다고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 날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그때 왜 내 손을 잡아줬어?”
“모르겠어. 그땐 나도 외로웠고 누가 옆에 있어 줬으면 했는데, 오빠가 있었고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그냥 무난했던 것 같아, 만남에는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아”
씨줄과 날줄이 만나 하나의 옷감을 만들듯이 모든 만남에는 타이밍이 존재한다. 운동조차도 타이밍은 가장 중요한 공격이요 방어인 것이다.
나는 그녀와의 만남을 원했고, 그녀 또한 만남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 옆에 내가 있었다.
만나지 말았어야 할 타이밍도 존재한다. 또한 타이밍이 어긋났어야 했던 경우도 있다. 악연과 불운처럼 안타까운 일은 없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라는 시간여행자의 삶을 다룬 영화가 있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현재의 나는 30년 전의 자신을 찾아간다. 10번의 기회를 통해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고자 사력을 다한 끝에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된다.
한 번의 잘못된 타이밍을 비껴나가게 하기 위한 주인공의 헌신적 모습이 너무 인상 깊게 남았던 영화였다.
가끔 아내는 내 방귀 냄새를 맡고는 나와 결혼한 것을 후회하는 듯했다.
문화 심리학 교수인 김정운 씨는, 그의 책 <나는 아내와 결혼한 것을 후회한다>에서 ‘나는 아내와 결혼한 것을 가끔 후회한다고 말하면서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다면 더 많이 후회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나는 아내와 결혼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 셋을 나은 것은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