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내미 에이꼬가
소학교1,2학년때쯤의
일이다. 어린딸은
엄마에게 심각한 고민을 말해왔는데 나는 그때 그
고민을 놓쳐버렸다..
그후,세월이 많이
흐른 2010년 재일3세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있었다.
그자리를 함께 한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 어릴적 얘기를 에이꼬가 해왔다.
'뭐라고?
그런일이 있었어?!
엄마는 몰랐어....'
나의 목소리는 어디론가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얘기인즉,
같은반 친구가 자신에게'조센징,가에레(돌아가라)'
고 했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라서 확실한
뜻은 몰랐겠으나, 그게
자신을 차별하는 말인것쯤은 대번에 안다.
자신이 일본인이
아니라는것,한국인이라는것,그리고
돌아가라는것이 이 일본이 아닌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뜻인것쯤은 안다.
친구로부터 '어두움'을
받아들고 자기의 가슴속이 어두워졌다고 엄마에게
털어놨는데, 엄마라는
사람도 답이 없었으니...나는
그때 무엇한다고 아이의 그 아픈 하소연을 놓쳤단
말인가?!...
'조센징,가에레'라는
말을 뺃은 친구도 그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했을것이다. 도대체
소학교 1,2학년 아이들에게
한국이니 일본이니, 한국인이니
일본인이니 그런 개념이나 무슨 역사의식이 있을리가
있겠는가 말인가?!
그렇다면,
그 부모들로 부터 들은 얘기,또는
그부모들이 그렇게 시켰을지도 모를일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껍질이
여린탓에 한해한해 헌껍질을 벗으며 커나갔다.
나중에 내가 앨범을 정리할 일이 있어서 어릴적
사진을 보니 그친구랑은 고학년이 되어서는 사이좋은
친구가되어 서로 집을 오가며 잠자고 장난치며 사진찍은게
많이 나왔다. 이성에
대해 눈뜨는 시기라 사진에 그런 낙서도 써가며 우정을
나누는 모습들을 보니 픽-웃음이
나왔다.
이 아이들이 지금은
모두들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에이꼬는 일본인 청년과
결혼했다.
'조센징
가에레' 라고?
조선인이 일본에
정착한지가 벌써 몇대가 되었다.
그 역사를 말한쪽이나 듣는쪽이나 알고나 있는지?
알든 모르든 우리들은
대를 이어 일본에서 살아가겠지....
조센징에게 돌아가라고
한다면,나는 에이꼬와
함께 먼 옛날로 한번 돌아가보고싶다.
삼국유사 연오랑
세오녀의 시대로 가볼까?
백제 무령왕의 시대로 가볼까?
아니,침략과
살육의 전쟁뒤의 '조선通信사'의
시대로 돌아가볼까?
아니면 더 먼먼
옛날,대륙과 열도가
이어졌던 시대로 돌아가볼까?
동굴에서 잠자고 아침해가 솟아오면밖으로 나가
도토리채집하며 식량을 모으던 그 죄없던 시대로
가볼까...
2018년6월,
친정어머니.형제들,그리고
재일3세 딸내미 에이꼬도
함께 부산 영도섬 태종대관광을 했다.
영도섬을 철썩대는 저 거대한 바다는 지금부터
약 1만년전 빙하기가
끝나고 물이 차올라 대륙으로 이어졌던 땅덩어리를
반도와 열도로 갈랐던 바다라 한다.그때
떨어진 사람들이 바닷가 해안을 따라 조개잡아 먹으며
서로를 그리워 했다는게 영도 '동삼동패총'
안내문에 써있을리가 없지만,
그런 길고 먼 태곳적 그리움을 그 바다에서
느껴봤다. 저 바다는
역사를 가르기도 했고 잇기도했다.
갈랐던 한과 눈물은 바다의 깊이 만큼일까?
이어주었던 세계는 또 어떤 세계였나?
나도 잘 모른다. 배운것도
경험한것도 빈약하다.그러나
에이꼬 손잡고 돌아가보고 싶은 세계는 '서로
집을 오가며 잠자고 장난치며 사진찍고'...그렇게
함께 놀고 우정을 나누는 세계다.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높은 은혜로음을 기리며
마음 가지런히 모아 미래세대를 위해 기도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