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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힘이 되어준 한 마디    
글쓴이 : 정민영    15-11-21 01:19    조회 : 7,495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말은 듣는 이를 기쁘게도 하고 분노하게도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말은 생각의 씨앗이 되어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명심보감에서는 말 한 마디를 잘 하는 것이 천금을 가진 것보다도 도움이 될 수 있고 한 번 행동을 잘못하면 독사에게 물린 것보다 더 지독할 수 있다.’며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학생 시절에는 비오는 날의 체육시간은 자습시간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축구와 배구, 달리기 등 경기규칙을 강의하는 체육선생이 신기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체육선생은 성은 씨이고 이름은 ‘00’이었는데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대로라고 불렀다. 세상에 태어나서 지대로살고 싶어 자신이 지은 이름이란다. 지대로 선생은 해박한 지식과 유머로 우리들에게는 친구 같은 선생이었다.
  1, 사람은 왜 죽는가에 대해 꽤 오랫동안 생각을 하였다. 뻔하지만 대답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를 누구에게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체육시간이 되었다. 축구, 배구 등 단체경기의 규칙에 대하여 열심히 강의를 하고 있던 지대로 선생에게 용기를 내서, 질문을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선생은 무슨 질문이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수업과 관련은 없는 질문이라는 전제를 깔면서 사람은 왜 죽느냐?’고 물었다.
  지선생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철부지 학생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주어야 잘 알아들을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멈추어버린 듯한 짧은 시간이 흘렀다. 선생은 아주 짤막하게 답을 주셨다. 시작이 있는 모든 것은 끝이 있다. 100미터 경주에서 스타트 라인이 있으면 피니쉬 라인이 있듯이 생명도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다. 생사의 문제를 그렇게 명쾌하게 설명한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 후 그 선생은 우리나라 해양 스포츠 분야의 선각자가 되어 모 대학의 유명한 교수가 되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말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새로운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면 나는 이 일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하고 생각을 하곤 했다. 내가 지금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대처하면 결과는 어떻게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끝이 마음에 들 때까지 대응을 반복하다보면 내가 지금 이 순간 어떻게 대응 해야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친구와 사이가 틀어져 서로 신경전을 벌릴 때도 결국 이 싸움의 끝은 화해하게 될 거라든지, 아니면 영영 볼 수 없게 될 거라든지를 예상하게 된다. 내가 겪게 될 아픔은 어느 정도가 될 거라는 상상을 하게 되면 친구와의 헤어짐도 큰 아픔 없이 견딜 수 있었다. 최악의 결과에 대해 인정하고 수용하면 삶의 공간에 여백이 생기고 문제를 제 3자적 입장에서 볼 수 있는 것 같다.
  중학생 때 아버지의 빚보증 실패로 가세가 급격하게 기울었다. 타지에 있는 실업고에 진학하였는데 설상가상으로 고 1때 고향에는 지독한 가뭄이 들었다. 절망의 늪에 빠진 아버지는 아무런 희망도 없이 농사일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정신마저 피폐해지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마저 정신 줄을 놓아버렸다. 고향에는 3명의 동생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나는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 정당한 행동인지에 대하여 고민을 거듭했다. 마도로스가 되어 5대양 6대주를 누비는 꿈과 가족의 아픔을 일부라도 책임지는 선택 사이에서 결국 후자를 택했다. 미련 없이 자퇴를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동생들을 돌보며 농부로 사는 것도 한 세상 잘 사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람 마음이란 것을 머지않아 알게 되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나고 동창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가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속에서는 그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고 있었다. 형편없이 추락해버린 자신의 모습에서 가족에게 힘이 되려했던 처음의 의지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날이 계속되고 돌파구를 찾았지만 사방이 어둠의 벽으로 막혀 방도를 찾을 수 없었다. 이 고난의 끝은 어디인가 하고 신에게 물었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그 때 나를 일으켜 세운 한 마디가 바로 오래전 지선생에게 들었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그 한 마디였다. 신은 응답하지 않았지만 반드시 이 고난은 끝이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을 하니까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마음의 여유는 고난이 끝났을 때 난 무엇을 하지? 라는 질문을 하게 했다. 새로운 날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문득 한 생각이 일었다. 그것은 지식인이 되는 것이었다.
  이십대 중반부터 주경야독이 시작되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하는 공부가 아니라 그저 시간나면 하는 공부였다. 소일거리 삼아 하는 공부도 시간이 지나면서 공부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고 공부를 시작한지 1년쯤 지난 후에는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가 세워졌다. 그 다음 해에 고등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검정고시에 합격했을 때, 공교롭게도 고난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가정환경도 많이 좋아지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던 부모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중학생이 된 막내를 고향집에 홀로 두고 상경을 하여 상급학교에 진학을 하였다.
  그때는 생각할 겨를이 없어 정신 줄을 놓은 부모님이 어떻게 한 순간에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한 평생 일구었던 농토를 한 순간에 잃고 절망의 늪에 빠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지 않았나 싶다. 희망을 발견하면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지만 절망하면 용기가 사라진 자리에 두려움이 자리를 잡는 다는 것을 훗날 알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선택의 순간에 자신에게 진실할 수 있는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에게 진실하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갈등을 하게 되고 가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현재 자신이 고통에 처해 있다면 그것은 어느 날엔가 잘못 선택한 것이 스스로 성장하여 나를 찾아온 것으로 생각하면 틀림없을 것이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느 길이 옳을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성경의 말씀처럼 좁은 길로 들어서기를 권하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쁜 일의 끝은 있어도 좋은 일의 끝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쁜 일은 그 끝점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에 그 상처가 덧나기 전에 마무리를 서두르게 된다. 좋은 일은 영원히 그 관계를 지속시키고자 하지만 결국 좋은 관계도 나쁜 상황으로 변해서야 그 끝을 보게 되는 것이 인간사인 것 같다. 영원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순간에 멈추고  더 이상 가깝게 다가서지 않아야 한다.
  세상살이에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있을까? 하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없을 것 같다. 나에게 이익이 된다고 해서 그 일이 세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없는 일이 부지기수로 많고, 나를 힘들게 하는 일도 세상에는 도움이 되는 일이 넘쳐난다. 결국 좋고 나쁨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같은 서민들은 호·불호에 너무 예민하게 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작은 손이라도 내밀어주고, 세상을 힘들게 살아가는 내 이웃들이 상처를 입지 않을 만큼의 따뜻한 미소를 건네주는 정도면 그럭저럭 사람 노릇은 하지 싶다.
  직장인 생활도 어느덧 마무리 되어가는 요즈음, 직장생활의 끝은 언제이고 어떻게 마무리 할까 하는 자문을 자주 한다. 직업전선에서 물러나면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인생의 끝이다. 요즈음 자주 회자되는 well dying에 대해 숙고를 거듭하다가 인도문명에서 그 답을 찾았다.
  인도인들은 인생을 4단계로 구분 짓고 각 단계의 생활규범을 만들었다. 25세까지는 학습기, 50세까지는 가주기(家住期), 75세까지는 임서기(林棲期), 75세 이후는 유랑기(流浪期)로 구분하고 있다. 임서기의 삶은 사회적인 의무를 마친 다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기간이다. 사회생활로부터 벗어나 한적한 숲 속에 들어가 세상에 집착을 끊고 자아를 실천하는 기간이다. 유랑기는 세속적 집착을 완전히 버리는 인생의 마지막 단계다. 이때는 살아가면서 자신의 죽음을 자연에 맡기는 기간이다. 흙에서 태어나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시작되고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는 시기라고 한다.
  인생의 마무리는 우리나라 백두대간의 한 자락에 터를 잡고 새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열고, 텃밭을 일구며 독서와 산책으로 세속의 욕심을 지우면서 저녁노을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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