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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정원    
글쓴이 : 정민영    13-04-16 15:48    조회 : 9,990
   신의 정원.hwp (16.0K) [1] DATE : 2013-04-16 15:48:04
 인덕원 4거리의 양지 바른 언덕에 묘 2기가 있다. 정성스럽게 가꾸어진 잔디가 양털이불처럼 포근하게 보인다. 문득 대지의 품에 안긴 주인공은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묘가 위아래로 놓인 형태로 보아서는 부자지간이 분명한 듯하다. 위의 묘는 봉분이 큰 것으로 보아서 부부 합장묘임에 틀림없다. 아래의 묘는 우측에 한 기의 묘 자리 공간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며느리의 묘일 것이다. 묘에서 주인공의 성품이 느껴진다. 그 흔한 석물 하나 없다. 하나의 잡초도 품지 않았다. 생전의 고고함이 느껴진다. 묘 주위를 향나무가 뱅 둘러서 호위하고 있다. 향나무의 꽃말처럼 영원히 향기로운 친구들과 같이 함이다. 그들은 태어나서 살다가 죽었다. 우리들은 태어나서 살아가는 중이다. ‘삶과 죽음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하는 의문이 일었다.
 한 호흡, 한 호흡의 시간 동안에 갈 수 있는 거리이다. 시간으로는 일 분 정도쯤 될 것이다. 일 분이란 시간은 매우 짧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빛의 속도로 간다면 지구를 450 바퀴를 돌 수 있는 시간이고 거리로는 1800만 킬로미터에 이른다. 생각에 따라서는 1분은 수다쟁이에게는 전화 한 통화를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기도 하고 소크라테스의 후예에게는 ‘내 자신’을 수만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삶과 죽음 사이의 거리가 아주 가깝기도 하고 아득하게 멀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 삶은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촌음의 시간을 아껴 깨달음의 세계로 향하기도 하고, 혹자는 영원히 살 것처럼 죽음을 잊어버리고 몸과 생각이 시키는 대로 산다. 죽음의 시간이 가깝거나 멀거나 분명한 것은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이다. 또한 죽음은 빈손을 의미한다. 부자나 빈자나 손을 반듯하게 펴고 빈손으로 떠난다. 많은 죽음을 보면서도 우리들은 너무나도 쉽게 삶의 마지막 여행은 빈손임을 잊고 산다. 양지 바른 언덕에 묻혀 있는 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자나 같은 사람이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사람의 자취는 남아서 악취를 뿜어내기도 하고 향기를 퍼뜨리기도 한다. 요즈음의 생활상이 마음자리 하나 놓을 여유가 없을 만큼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것저것 생각하며 살 수 있겠나?’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결국 어떻게 살아가는 가는 생각의 차이일 뿐이다.
 생각은 선악이 없다. 길들여지지 않는 생각은 못된 송아지처럼 마음 밭을 마구 헤집어 삶을 어지럽히기도 하고, 이웃집 처녀 가슴을 몰래 훔치기도 한다. 한 치의 망설임과 거리낌도 없이 그저 자기 하고 싶은 데로 하고, 가고 싶은 데로 갈 뿐이다. 생각이란 놈이 중구난방으로 미처 날뛰면 마음은 안절부절 못한다. 마음이 안절부절 못하면 몸은 불안과 초조함과 두려움에 싸이게 된다. 생각에 맞서 싸우기에는 마음은 아직 너무 어리다. 삶이 편안해지려면 마음자리가 고요해야 한다. 마음에게 강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시골을 떠나 대처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부모님은 뙤약볕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하는데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한다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농사를 지으면 되지 무슨 공부냐며 생각이 나를 꼬드겼다. 갑자기 공부의 의미가 사라져 버렸다. 하루아침에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다. 자퇴서를 내고 시골 고향집으로 내려갔다. 그런 나의 태도에 부모님은 아무런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 다음날부터 부모님과 농사일을 했다. 그렇게 5년이 지났다. 친구들이 대학생이 되어 장밋빛 꿈을 꾸고 있을 때, 나는 볏단을 지고 고개를 넘었다. 언덕바지에 지게를 바쳐놓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을 때 바람이 찾아왔다. 바람이 먼 나라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나의 미래의 모습이었다. 싫었다. 그날부터 지게를 지지 않았다. 그리고 골방에 틀어박혀 책과 씨름을 하였다. 그때에도 부모님은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았다. 외롭고 힘들 때, 바람과 비, 그리고 구름, 하늘, 달과 별들이 친구가 되어주었다.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 나는 신입생이 되었다. 방황의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자리에 힘이 생겼음을 느꼈다. 지내놓고 보니 부모님은 나의 마음을 꿰뚫고 계셨던 것이다. 지켜봐 주는 것, 그것이 부모의 자리란 걸 깨달았다. 부모의 마음은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주는 바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후 자연은 부모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마음의 고향은 자연이란 생각을 하며 산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면 어김없이 바람이 찾아온다. 바람이 먼 나라의 소식을 전하고 가면 조용히 봄비가 찾아온다. 봄비는 온 몸을 어루만지며 몸과 마음을 하나로 어우른다. 봄비를 배웅하면 파란 하늘과 은빛 구름과 태양이 찾아와 대지와 어울려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겨우내 뿌리를 굳건히 하고 봄을 준비한 붉은 매화꽃은 응원을 보낸다. 응원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온 산하를 남빛으로 물들이며 함성으로 변한다. 자연이란 친구들이 합동위문을 온 것이다. 자연은 마음의 고향이고 친구다.
 언덕 위의 소나무 한 그루, 그 옆의 갈참나무, 진달래, 그리고 이름 모를 잡초들을 보면서 문득 이들을 누가 입히고 먹이는가에 이르러서는 이들의 주인은 신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신의 보호를 받고 자라는 신의 가족이고 자연은 신이 가꾸는 신의 정원이다. 이 땅의 사람들은 신의 정원에 초대 받은 손님들이다.
 신의 초대장은 바람을 통해서, 밤새 조용히 내리는 봄비를 통해서, 파란 하늘의 은빛 구름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배달된다. 몸은 신의 언어를 배우지 않았다. 신의 언어를 배운 마음은 몸과 생각에 가려 신의 초대장을 볼 수가 없다. 수많은 초대장들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고 있다. 생각에 휘둘린 몸은 정원을 파괴하는 훼방꾼이 되기도 하고, 정원의 주인으로 행세하기도 한다. 지금도 우리는 하루도 쉬지 않고 산을 깎고 바다를 메우고 강을 파헤치고 있다.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사람들에게 빼앗긴 뭇 생명들의 구원의 절규가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신의 정원에서 정원의 식구들은 내몰리고 있다. 신들의 통곡이 온 천하에 가득하여 고막이 터질 지경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황량한 벌판에 홀로 외로이 서있는 마음의 쓸쓸함이 보인다. 고향을 잃어버린 마음을 담은 몸의 피곤함이 느껴진다. 지금은 생각을 잠재우고 초대장을 지참하고 신의 정원으로 여행을 떠날 시간이다. 신의 정원에서 몸과 마음과 생각을 하나로 정렬해야 한다.
 신의 정원을 주인에게 돌려줄 때가 되었다.

강희진   13-04-21 13:12
    
잘읽었습니다..
글쎄요...
풍경소리를 먼저 읽었는데....
혹 선생님의 서술 특징이 하나의 이야기를 풀기 위해
여러 에피소드를 끌어들이는 것인지....
너무 많은 에피소드가 있으니 그 에피소드 속에 있는 본질이
조금씩은 다르게 읽힐 수가 있으니 조심해야겠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민영   13-04-22 13:43
    
작가님. 고귀한 시간을 내서 글을 읽어주시고 지도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처음 쓰는 글이라 여러가지로 부족합니다.  작가님이 지적하신 바를 가슴 깊이 새겨서 다음 글에서는 더욱 다듬어진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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