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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아이의 뺨을 때렸을까?    
글쓴이 : 정민영    13-05-07 15:38    조회 : 10,547
   누가 아이의 뺨을 때렸을까.hwp (16.5K) [0] DATE : 2013-05-07 15:38:09
 큰 애가 다섯 살 때다. 한창 재롱을 피울 나이이고 외아들로 귀여움을 독차지할 때였으므로 아이의 인생에서도 황금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 때 아이는 큰 사건을 겪게 된다.
 80년대 후반 이사를 하는 날이다. 그 당시에는 온 친척들이 찾아와 이사를 돕던 시절이었다. 살던 집에서 짐을 빼내면 집 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고, 그 보증금을 챙겨들고 새로 들어가는 집 주인에게 잔금을 치루는 순서로 이사가 진행된다. 동시에 두 집에서 이사를 오고가는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절차 때문에 이사 일은 새벽부터 시작해서 늦은 저녁이 되어야 마무리 된다.
 골목 안에 위치한 주택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 대형 트럭이 집 앞까지 진입할 수가 없다. 골목 입구에 짐을 내렸다. 골목은 리어카로 옮겨야 했는데 두 집 살림이 동시에 들고나는 복잡한 형국이다. 새벽부터 시작된 일은 오후 늦게야 가닥이 잡혀갔다. 그 무렵 전국적으로 '뽀뽀뽀'와 '마징가Z'라는 어린이 프로가 유행하고 있었다. 조카들과 아이는 TV를 보게 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TV를 안방에 먼저 설치했다. 안방에는 장롱 같은 큰 가구들을 들여 놓아야 하는데 아이들이 옹기종이 모여 앉아 있어서 이삿짐 정리가 상당히 지연되었다. 심기가 불편하던 차에 사건은 예기치 않게 일어났다.
 큰 애가 울고불고 난리다. 왜 그러냐고 아이에게 물었다. 조카 형들과 서로 다른 프로를 보겠다고 다툼이 인 것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다섯 살 아이의 여린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짝’하는 파열음이 들리더니 세상이 조용하다. 우리 집에 놀러온 형들에게 양보해야지 ‘왜 그래’ 하는 나의 고함소리만이 허공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다. 잠시 후 아이의 놀란 눈에서 눈물방울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이삿짐이 대충 정리되고 저녁 늦게 친척들이 다 돌아갔다. 아내는 힘든 하루에 지쳐 잠자리에 들고 그 옆에는 눈물범벅이 된 아이가 곤히 잔다. 아이의 얼굴을 닦아주는데 조그만 볼에 손자국이 남아 있다. 마음이 아파왔다. 아이의 눈에 스쳤던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한 그 눈에서 흘러내리던 눈물이 어른거려 잠을 잘 수가 없다.
 멍하니 앉아 처음부터 상황을 곰곰이 되씹어 봤다. 나는 짐을 나르고 아이들은 TV를 봤다. TV를 보다가 다툼이 일었다. 내가 개입해서 아이의 뺨을 때려 문제를 해소했다. 대충 이렇게 정리되었는데, 순간 이것은 나의 입장에서 본 결론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입장은 TV를 보다가 자신이 보고 싶은 프로를 보려고 하는데 형들이 다른 프로를 본다고 하니까 자신의 주장을 펼치다가 다툼이 일고 힘으로 안 되니까 아빠에게 도움을 청하고자 울음을 터뜨린 것인데 응원은커녕 무서운 매만 돌아온 꼴이 된 것이다. 저항력이 없는 아이로서는 황당한 상황이다. 다섯 살 바기 아이는 뺨을 맞은 아픔보다 아빠가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음을 더 슬퍼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억울하고 마음이 아팠을까?’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뜨거운 액체가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밤하늘을 바라보는 눈에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아이에게 손찌검이나 하는 지지리도 못난 놈’이란 자책이 계속 나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아이에게 크나큰 죄를 지은 것만 같았다.
 고민의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새벽이 되었을 때, 문득 ‘누가 아이를 때렸을까?’하는 물음이 일었다. 이삿짐을 나르는 짐꾼? 짜증이 나기 시작한 가장? 분노에 싸인 사내? 사랑하는 아빠? 어떤 이유를 같다 붙여도 ‘아이를 사랑하는 아빠는 아니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내를 깨웠다. 밤새 한 잠 자지 못했다고 했다. 아내는 무슨 일이냐며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이 뺨을 때린 것은 순전히 나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아내도 어제는 당신이 좀 심했다며 항상 성격이 급해서 탈이라고 책망한다. 나는 아무런 대꾸를 할 수 없었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이를 매로 다스리는 것은 문제가 많아, 우리 앞으로 매를 없애면 안 될까?’ 하고 아내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내는 눈만 끔벅끔벅 하면서 대답을 하지 않는다. 또 다시 잘못된 행위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매를 없애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다.’며 아내를 채근했다. 아내는 혼잣말로 ‘힘들 텐데.’ 하며 못 이기는 척 응했다. 우리 부부는 사랑의 매를 안방 장롱 위에 두고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는 회초리를 들겠다고 위협하곤 했었다.
 그 날 아침 식사 때였다. 아이에게 ‘어제 많이 아팠니?’ 하고 물었더니 금 새 눈물방울이 맺힌다. ‘너를 혼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야, 어제는 아빠가 미안 했어.’ 하니 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본다. 어제 밤에 한 잠도 못 잤다는 얘기를 하면서 약속을 했다.
“현아, 앞으로는 절대 때리지 않을게.”
“정말!”
“응, 엄마하고도 약속했어, 엄마도 절대 때리지 않을 거야.” 하며 장롱 위에서 회초리를 꺼내 밖에 내다버렸다.
밖에 나갔다 들어온 사이에 아이도 머리를 굴렸나보다.
“아빠”
“응”
“아빠가 회사가고 없을 때 엄마가 때리면 어떻게 해?” 하고 묻는다.
아내와 서로 마주보며 한 번 웃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아빠 없을 때 엄마가 때리면, 아빠한테 말해, 아빠가 엄마 혼내줄게.” 하고는 아내를 향해
“당신도 절대 때리지 않을 거지?” 하고 물었다.
아내는 피식 웃으면서
“엄마도 너 절대 때리지 않을게 걱정하지마라.”고 한다.
아이의 환하게 웃는 천진난만한 얼굴에 고통이 깨끗하게 씻겨 나가는 것 같았다.
그 후 우리 집에는 사랑의 매가 사라졌다. 일 개월쯤 지났을 때 아내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속 터져서 못살겠다고 하소연을 한다. 연유를 물으니 아이가 말을 안 들어 답답하다는 것이다. 아내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난 회사에 가면 그만이지만 집에서 온 종일 아이와 함께 지내는 아내를 이해할 만도 했다. 하지만 그 답답함은 부모의 몫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답답해도 회초리가 부모를 대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여보, 우리의 뜻대로 안 된다고 다섯 살 아이에게 무조건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가 매로 아이를 굴복시키면 애가 커서 우리와 똑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겠어. 힘들어도 말로 이해시켜보자.’며 아내를 다독거렸다. 아이와 친구처럼 대화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여섯 살이 되기 전에 나와 아인 친구가 되어 있었다.
 그 후 여덟 살 터울로 예쁜 공주가 태어났다. 큰 애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오빠가 컴퓨터를 하면 자기도 한다고 하고 TV를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를 보겠다고 하는 둥 오빠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집요하리만큼 귀찮게 했다. 저러다가 ‘한 방 쥐어터지지.’ 하고 걱정하고 있으면 큰 애는 ‘어휴, 어휴’ 하며 한숨을 쉬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오정주   13-05-15 17:15
    
이 글은 곁가지는 좀 있지만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고 한 가지 주제를 향해
 긴밀하게 잘 이끌고 나갔다고 생각합니다. 편하게 읽힙니다. 
 그런데 이 글은 내용을 절반으로 줄여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소재가 글감이 될지 안 될 지는 작가의 인생관이나 지식 등이
판단의 기준이 되겠지만 스토리 전개가 간결할수록 주제가 살아나고
전에도 말씀드린 개성적인 시각과 개성적인 표현을 찾는데 주력한다면
 창의성 있는 문학작품이 되지 않을까요?
수필에서 대화체는 갈등을 일으키는 내용이 아니라면 말로 풀어주거나
되도록 줄이는 게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열심히 쓰심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파이팅~!

한국산문 홈피에 <회원 작품방>이나 강의실의 <창작합평> 난에 좋은 글들이 많습니다.
여기 저기 방문해 보시면 도움이 되실 만한 것도 있을 겁니다.
저의 홈피가 바뀌는 바람에 전에 올렸던 사라진 제 글들을 다시 올려야하는데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곧 올려보겠습니다.제가 요즘 넘 바쁜 일이 있어서요..,
정민영   13-05-17 01:11
    
감사합니다.
    작가 선생님의 귀한 시간은 또 한 사람의 기쁨으로 살아날 것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삶의 가치관 중에서 보편성을 꺼내보겠습니다.
    숙성된 글을 올리도록 마음을 닦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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